택시기사 증거인멸, 수사관도 특수직무유기 혐의 적용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택시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관련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다. 경찰은 이 사건 수사에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도 조사했으나,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서울경찰청 수사·감찰 합동 진상조사단은 9일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폭행 피해자인 택시기사도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법리상 택시기사의 입건과 송치가 불가피하다고 결론내렸다”면서도 “(택시기사는) 폭행 사건의 피해자고 이 전 차관의 요청에 따랐다는 양형 참작 사유를 충분히 부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 당시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관에 대해서도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관이 지휘라인에 보고하지 않았고, 해당 영상에 대한 압수나 임의제출 또한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그러나 수사관의 지휘라인에는 특수직무유기 등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사건담당 팀장과 형사과장, 경찰서장이 블랙박스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고, 고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진상조사다는 이 전 차관의 수사 외압이나 청탁 의혹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진상조사단은 이 사건 수사를 위해 지난해 11월6일부터 12월31일까지 이 전 차관과 서장 등 인물의 통화내역 8000여건을 분석했다.
앞서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해 택시 안에서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고 폭행한 후 이틀 뒤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한 시민단체가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지난 2월 중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