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777 운항 중단으로 화물 운송 침체···3~4월 화물 운송량 제주항공에 밀려
지난달 항공화물 운임 1kg당 8.7달러로 역대 최고···작년 1월 대비 3배가량 올라
항공기 운항 재개 시점 미정···국토부 “미국서 후속 조치 나온 뒤 재개 결정”

보잉사 B777 항공기. / 사진=진에어
보잉사 B777 항공기. / 사진=진에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항공 화물 운임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진에어는 대형 화물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 제재를 시작으로 2019년 일본 불매운동, 작년 코로나19까지 연이은 악재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모처럼 맞은 화물 사업 호기를 놓칠까 우려되는 모습이다.

진에어는 보잉사 대형기 B777을 통해 화물 사업으로 활로를 개척할 계획이었으나 해당 항공기가 결함문제로 운항이 중단되며 화물 사업 확장에 제한이 생겼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지난 2월 말부터 B777 운항을 중단했다. 올해 초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사의 보잉777 여객기에서 엔진 문제로 기체 부품이 떨어져 나간 사고가 발생하자 국토부는 동일 계열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 운항을 금지했다.

해당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는 대한항공 16대, 아시아나항공 9대, 진에어 4대 등 총 29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경우 화물전용기가 있어 화물 운송에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진에어는 다르다.

진에어는 지난해 10월부터 여객기인 B777-200ER을 개조해 화물 전용기로 운영했다. 그동안 B777은 여객기내 화물칸을 활용하는 ‘벨리 카고’ 방식으로 화물을 실어날랐으나, 적재공간에 한계가 있어 예상보다 많은 짐을 운송하진 못했다.

벨리 카고 방식일 때는 약 15톤 규모까지 운송이 가능했으나, 화물 전용기로 전환되면서 탑재 규모가 10톤가량 늘어 총 25톤까지 화물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이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주로 운용하는 B737(5톤 적재)보다 5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또한 B737의 경우 적재 공간과 무게에 한계가 있어 주로 농산물이나 의류품 밖에 실을 수 없지만, 진에어의 B777은 전자부품, 반도체, 의약품 등 수익이 높은 제품을 운송할 수 있다.

이에 진에어는 대형 항공기를 통해 침체된 여객 수요 대신 화물 사업을 강화하며 실적 방어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B777 운항 중단으로 인해 최근 진에어 화물 운송량도 줄어든 상태다.

국토부 항공정보포탈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간 진에어 화물 운송량은 1만3048톤으로 제주항공(8474톤), 에어부산(8979톤), 티웨이항공(8815톤) 보다 월등히 많았다. B777 운항이 중단된 3~4월 운송량은 4424톤으로 제주항공(4433톤)보다 뒤처졌다.

특히 최근 항공 화물 운임 비용 상승세를 감안하면 운항 중단 시점이 어느 때보다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달 항공 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의 홍콩∼북미 노선 항공 화물운임은 1㎏당 8.70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작년 1월(1kg당 3.14달러)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항공 화물운임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화물 운송을 확대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수혜를 누리고 있다. 올 1분기 대한항공 화물 매출은 1조3530억원으로 전년대비 108% 늘었고 아시아나는 6105억원으로 83%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화물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80%에 육박한다.

반면 진에어는 1분기 439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대비 69.5%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601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진에어는 예전 국내 LCC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제주항공이 급부상하며 자리를 내줬으며 국토부제재·일본 불매운동·코로나19 등 악재가 계속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한편 B777 운항 재개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미국 경제매체 폭스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B777 사고가 발생한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4월 운항 재개 계획을 밝혔으나,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추가 조치 사항을 요구하면서 재개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B777 관련 후속 조치 결과가 나오면 이를 우리 항공사에도 적용시킨 후 운항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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