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버거킹·노브랜드버거, 대체육 메뉴 출시
고기 없어도 수준급 퀄리티···대체육 시장 잠재력 주목

롯데리아·버거킹·노브랜드버거 대체육 메뉴 비교. /자료=각 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롯데리아·버거킹·노브랜드버거 대체육 메뉴 비교. /자료=각 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호길 인턴기자]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대체육 메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식품업계 주요 화두인 채식과 친환경에 맞춰 대체육 메뉴를 개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육류가 들어가지 않은 메뉴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대체육의 성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체육이란 비동물성 재료로 만든 인공 고기다. 주로 콩이나 밀 등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고기와 유사한 맛을 낸다. 초기에는 격차가 컸지만, 대체육 기술이 진일보하면서 실제 고기의 맛과 식감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체육은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다. 다만 해당 식품에 일반 마요네즈 등의 첨가물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 동물성 식품을 일절 섭취하지 않는 비건은 먹지 못할 수도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 버거킹,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는 대체육을 활용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은 건 롯데리아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2월 식물성 패티와 빵으로 만든 ‘미라클 버거’를 출시했다. 콩과 밀 단백질을 조합한 패티에 양파, 숯불갈비 양념소스를 첨가해 한국적인 맛을 살렸다는 게 롯데리아 측 설명이다.

버거킹과 노브랜드버거도 지난 2월과 4월 각각 대체육 메뉴를 선보였다. 대체육 시장을 사로잡기 위한 행보다. 버거킹은 기존 메뉴인 와퍼의 고기를 식물성 패티로 대체하고 인공 향료를 쓰지 않은 ‘플랜트 와퍼’, 노브랜드버거는 미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 마이코프로틴을 활용해 치킨 없이도 치킨 맛을 내는 사이드 메뉴 ‘노치킨 너겟’을 내놓았다.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대체육 메뉴 판매에 뛰어드는 건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CFRA에 따르면 2018년 약 22조원이었던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30년에 약 116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채식 인구가 증가하고 육식 위주의 식습관에서 탈피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대체육 버거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진짜 고기를 사용하지 않은 이들 메뉴의 맛은 어떨까. 기자는 지난 2일과 3일 각 매장에서 미라클 버거, 플랜트 와퍼, 노치킨 너겟을 직접 먹어봤다.

지난 3일 롯데리아 매장에서 주문한 '미라클 버거'.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롯데리아 매장에서 주문한 '미라클 버거'.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지난 3일 롯데리아 매장에서 주문한 '미라클 버거'.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롯데리아 매장에서 주문한 '미라클 버거'.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우선 롯데리아 매장에서 미라클 버거를 주문했다. 롯데리아 아르바이트 직원은 ‘해당 메뉴가 인기가 많냐’는 질문에 “찾는 사람은 이 메뉴만 시킨다. 채식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햄버거라서 그런 거 같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육즙이 흐르는 고기 패티와 달리 미라클 버거의 식물성 패티는 건조한 편이었다. 상대적으로 씹는 맛이 떨어져 식감이 아쉬울 수 있지만, 맛 자체는 떡갈비처럼 쫄깃하고 담백했다. 식감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은 두툼한 어니언링으로 보완할 수 있었다. 다만 숯불갈비 양념소스의 단맛과 향이 강한 점은 호불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느껴졌다. 실제 온라인에서도 달짝지근한 소스의 맛에 대한 여러 의견이 공존했다.

버거킹 매장에서 주문한 '플랜트 와퍼'.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버거킹 매장에서 주문한 '플랜트 와퍼'.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버거킹 매장에서 주문한 '플랜트 와퍼'.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버거킹 매장에서 주문한 '플랜트 와퍼'.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버거킹의 플랜트 와퍼는 실제 와퍼처럼 불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서울의 한 매장에서 주문해 먹어보니 패티는 실제 고기와 비슷한 풍미가 느껴졌지만, 식물성 패티인 만큼 식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날 다른 버거킹 매장에서 플랜트 와퍼를 먹은 동료 기자는 “패티에 탄력이 없어서 식감에서 뒤떨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고기와 차이를 없애려고 굉장히 노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플랜트 와퍼도 미라클 버거처럼 달콤한 소스의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패티보다는 소스의 맛과 향이 부각됐다. 동료 기자는 “패티에 향이 없어서 소스 맛이 먼저 들어온다. 소스로 버거 맛을 내기 위해 보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에 대해 버거킹 관계자는 “와퍼와 플랜트 와퍼는 패티만 다를 뿐, 나머지 구성 요소는 똑같다. 플랜트 와퍼는 와퍼를 즐기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노브랜드버거 매장에서 주문한 '노치킨 너겟'.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노브랜드버거 매장에서 주문한 '노치킨 너겟'.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노브랜드버거에서 노치킨 너겟도 주문해 먹어봤다. 노치킨 버거의 대체육 마이크로프로틴은 실처럼 가늘어서 닭가슴살과 비슷한데, 실제로 닭고기를 쓰는 치킨 너겟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갓 튀겨져 나와 바삭하게 즐길 수 있었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노치킨 너겟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했다.

한편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지난해 매출액 기준 업계 1위인 맥도날드에는 대체육 메뉴가 없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대체육 메뉴 출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고기가 필요 없는 대체육은 친환경적인 식자재라는 점에서 이를 활용한 메뉴는 더 다양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육류 생산 과정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기후위기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소비자들이 환경과 건강을 고려하는 가치소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대체육이 더 각광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윤리적 투자를 하는 ESG는 기업에 필수 사항이 됐다. 그런 점에서 대체육 시장은 성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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