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 대출 확대 주력···연말까지 월 평균 2500억원 순증 목표
케이뱅크, 하반기 중신용자 특화 자체 상품 출시 예정
토스뱅크, 가장 높은 중·저신용 대출 목표치 제시···2023년까지 44%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카오뱅크가 중·저신용 고객 대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중금리 대출 확대에 나선다. 카카오뱅크가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중금리 대출 경쟁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 카뱅, 중·저신용 고객 확대 TF 출범···월평균 2500억원 순증 목표
3일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 고객 대상 신용대출 공급 확대를 위해 ‘중·저신용 고객 대출 확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TF 구성은 카카오뱅크의 경영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김광옥 부대표를 필두로 이형주 비즈니스책임자(CBO), 고정희 서비스책임자(CSO), 김석 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비롯해 관련 부서 책임자들이 참여한다. 사내 TF 조직을 추진하면서 중금리 대출 확대에 나서는 것은 카카오뱅크가 처음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중·저신용 고객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 인하 및 최대 7000만원으로 대출한도 확대 등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자체 신용에 기반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금리를 최대 1.2%포인트 인하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부터는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2017년 7월 고객 서비스 시작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카카오뱅크 대출 신청 고객 데이터 및 통신사 데이터 등을 결합한 새로운 CSS는 중·저신용 고객의 대출 상환 능력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해 대출 가능 고객의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1조4380억원이었던 중·저신용 고객의 무보증 신용대출 금액(잔액 기준)을 올해 말까지 3조1982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연간 순증 목표는 1조7602억원이다.
지난 5개월간의 순증 규모를 고려했을 때 6월부터 올해 말까지 월 평균 대출 순증 규모는 2500억원 수준이다. 이를 통해 올해 말 20.8%, 2022년 말에는 25%, 2023년 말에는 30%로 대출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고객 유치를 위해 오는 1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이자 지원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벤트 대상은 카카오뱅크 ‘중신용대출’과 ‘직장인 사잇돌대출’을 신규로 실행한 고객이다. 같은 기간 동안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인 ‘내신용정보’를 처음 이용한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제공한다.
올해 8월 중으로 중·저신용 고객들의 다양한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신용대출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며, 현재 막바지 전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광옥 TF장은 “올해 카카오뱅크의 최우선 경영 혁신 과제인 중·저신용 고객 대상 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전사적인 역량을 더 결집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상품‧서비스 출시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고, 대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대고객 홍보‧프로모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저신용 고객들에게 더 높은 대출한도와 금리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카카오뱅크가 그간 보여줬던 금융 혁신의 모습들을 중·저신용 고객을 위한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 금융당국 지시에 불 떨어진 인뱅···하반기 중금리대출 경쟁 본격화 전망
카카오뱅크가 TF까지 구성해가며 중금리대출 확대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023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신사업 인·허가에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당초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취지에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설립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영업을 지속하면서 금융당국이 관리·감독 강화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의 불호령이 떨어지면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발등에는 불이 붙었다. 카카오뱅크가 중금리 대출 금리 인하에 이어 중·신용자 대출 확대 TF 추진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쟁사인 케이뱅크와 3분기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도 중금리 대출 확대 계획을 밝히면서 하반기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격전이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올해 중금리 상품의 라인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지난 4월 소액 마이너스통장인 ‘비상금 대출’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사잇돌대출 등의 신상품을 출시하며 여신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하반기에는 중신용 고객에게 보다 특화된 자체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올해 21.5%, 2022년 25%, 2023년에는 32%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금융당국에서 주문한 목표치를 상회하는 계획을 정했다.
하반기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보다 훨씬 더 높은 중금리 대출 비중을 목표치로 내걸었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올해 말 34.9%, 2022년 42%, 2023년 44%까지 확대하겠다고 제시했다. 누적 가입자가 2000만명에 달하는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의 강점을 토대로 정교한 신용평가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