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에이치, 설립이래 2년 연속 영업손실···중장기적 성과 기대
코너스톤투자는 지난해 급속도 성장 눈길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2~3년 전부터 건설사들의 신사업분야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건설이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경기 민감도가 큰 업종인데다 최근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영향을 상당히 받아서다. 발주물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건설사들은 건설 유관업, 친환경 사업, 유통분야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주력사업인 건설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어도 실적에 보탬이 되거나 성장세가 확연히 눈에 띄어 장래가 기대되는 곳이 있는 반면 신사업 분야 상당수에서 손실을 내 연결기준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곳도 있다. 각 건설사가 생존을 위해 필수로 뛰어든 신사업분야의 초기 성과를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호반건설의 신사업 방향은 스타트업·벤처투자로 읽힌다. 호반건설은 2019년 초 100% 자회사인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설립했다. 김상열 호반그룹의 장남이자 호반건설 기획부문 대표인 김대헌 사장이 2세 경영의 닻을 올리며 설립된 건설사 최초의 엑셀러레이터 법인인 만큼 업계의 주목도도 높았다. 김 사장이 재직 중인 호반건설 기획부문은 신사업과 인수합병 업무를 담당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신사업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지원을 추진한 것으로 해석한다.
플랜에이치벤처스는 설립 초창기부터 호반그룹이 아닌 외부 전문가인 원한경 대표가 이끌고 있다. 원 대표는 한국자산평가에서 기업·산업분석과 대체투자자산평가, 초기투자사인 연세대학교 기술지주회사·부산연합기술지주회사에서 스타트업 펀드투자를 맡아온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다.
플랜에이치벤처스는 주로 건설 유관분야 신생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인공지능 기반 건축설계회사인 텐일레븐이나 아파트시장 분석 벤처기업인 지인플러스, 실내건축디자인 에이디 등이 대표적이다. 본업인 건설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AI(인공지능) 건축 자동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텐일레븐을 통해 서울 은평구 불광동 불광5구역 재개발 계획 설계의 사업개발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 5일에서 단 1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물론 건설분야 이외에도 비전이 뚜렷한 타업종 회사와도 산업을 초월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비건설분야에 대한 투자로는 단위면적당 작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재배데이터를 보유한 스마트팜 회사인 쎄슬프라이머스, 비대면 진료서비스 회사인 비바이노베이션 등이 있다.
호반건설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서울 우면동 호반사옥에 회의실, 사무공간 등으로 구성된 300평 규모의 스타트업 보육공간까지 마련했다. 플랜에이치벤처스는 기존 건설산업과 신사업 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신생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초기 투자인 만큼 아직까지 투자 회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창립 2년차인 지난해 기준 영업손실은 7억6800만원, 당기순손실 5억8400만원이다. 2019년에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5억5000만원, 3억8000만원 대였던 점에 견주어보면 적자폭이 더 커진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호반건설이 100% 지분을 보유한 또 다른 벤처기업 투자회사인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가 지난해 놀랄만한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코너스톤투자는 2016년 말 자본금 100억원으로 설립된 신기술금융회사다.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은 투자처를 미리 선정하고 투자금을 모집하는 프로젝트 펀드 형태로, 연예기획사인 빅히트부터 신선배송업체인 컬리, 의료 AI개발사인 메디컬아이피 등에 투자하고 있다. 코너스톤은 2019년 벤처투자금액을 대폭 늘리면서 지난해 영업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73억6000만원, 57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수익이 직전해 대비 3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호반건설은 기존산업과 기술기반 스타트업과의 결합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걸 목표로 하는 만큼 투자와 기술혁신 파트너십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플랜에이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호반건설과 기술개발을 함께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곳이라면 코너스톤은 부동산, 금융 등의 벤처투자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플랜에이치는 코너스톤과 성격이 다르고 설립된지도 얼마 되지않은 만큼 성과는 아닌 중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