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추경한다는 말만 무성···구체적 보급 규모·시기는 미정
보조금 지급현황 공개하는 ‘저공해차 통합누리집’도 업데이트 지연
대리점 관계자 “추가 보조금이 언제, 얼마나 풀리는지 알아야 혼란 줄어들 것 ”
[시사저널e=염현아 인턴기자] “보조금 문의하는 손님들한테 무작정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고...우리도 참 난감해요.”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소재 현대자동차 대리점 내부 곳곳엔 아이오닉5 출시를 홍보하는 게시물이 붙어있었다. 그러나 대리점 관계자는 아이오닉5 문의를 그리 반기지 않았다.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아이오닉5 구매를 원하는 손님들이 보조금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문의를 많이 하는데, 우리도 아는 게 없으니 확답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길 건너에 위치한 기아 판매대리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리점 관계자는 “지금 EV6 예약이 3만대가 넘었는데, 보조금은 바닥이 나고 있다”며 “그렇다고 손님들한테 무작정 기다리라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보조금이 상반기에 절반 이상 소진되자 지방자치단체가 추경에 나섰지만, 보조금 지급 시기와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경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시장은 오히려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또 다른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전기차 인프라가 부실해서 기대 만큼 전기차 수요가 많지 않은데 보조금 지급까지 더뎌져서 걱정”이라며 “추가 보조금이 언제, 얼마나 지급되는지 공개돼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영업점 뿐 아니라,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아이오닉5를 구매한 박아무개씨(30대)는 “아무리 뉴스에서 추경한다고 떠들어도 현재까지 나온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결국 기다리다 지쳐 내연기관차로 넘어간 사람도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 1일 기준 서울시 전기차 보조금 잔여대수는 646대로 전체 지급 대수(5067대·택시 제외)로 12.7%만 남아있는 상태다. 서울시가 지난 2월 23일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3개월 만에 보조금 87.3%가 소진된 셈이다.
서울시 기후변화대응과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서울시의회에 1만1201대 규모의 보조금 추경안을 제출했지만, 확정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조금 추경 규모는 이달 말에나 확정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관계자는 “6월 말에 추경이 확정돼도 추가 보급 공고는 잔여대수가 모두 소진된 이후에 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조금 지급현황이 바로바로 업데이트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은 지역별 보조금 지급현황 등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지난 1일 기준 서울시 보조금 지급현황과 비교해본 결과 수치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마저 정확하지 않은 셈이다.
누리집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누리집에 공개되는 지급현황은 각 지자체 담당자가 전기차 제작사가 접수한 보조금 신청 수를 집계해 입력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