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회복세, 금융지주 손실흡수력 급증···배당제한 규제 예정대로 풀어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올해도 절반이 다 지나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당부한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금융지주와 은행을 대상으로 올해 6월 말까지 배당을 축소·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은행권은 작년 결산 배당을 일제히 줄였다.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매년 말 누린 배당특수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은행주 주가는 더욱 곤두박질 쳤다. 

금융지주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도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인 이유는 코로나 사태 때문이었다. 작년 코로나 충격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쳤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실물 부문에 위기가 닥쳐오면 금융도 무사할 수 없다. 주주의 재산권 침해라는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당국의 방침이 어느정도 정당성을 얻은 이유다. 

은행권은 당국이 정한 시간이 지나면 분기배당을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작년 배당 축소로 실망한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다. 신한금융지주는 정관을 바꿨다. 우리금융지주는 배당 재원 마련을 위해 자본준비금 가운데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옮겼다. 

당국은 이 같은 움직임을 막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올해 코로나 사태의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침체됐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수출이 먼저 회복했고, 소비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은행권의 손실흡수력도 크게 강화됐다. 금융지주의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비중은 일제히 100%를 훌쩍 넘겼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당국의 배당축소 권고를 따른 결과 크게 올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이 손실흡수력을 강화하게 하기 위해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규제를 가했다. 당국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원칙을 금융지주와 은행이 모두 지키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 요구한 것은 대손충당금 증대와 BIS 자기자본비율 개선 두 가지였다. 바젤위원회는 예상 가능한 손실에 대해서는 충당금으로, 예상외손실은 BIS비율로 손실흡수력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기준 상 대손충당금은 바젤위원회 기준이 아닌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쌓기로 돼 있다. IFRS에 입각해 충당금을 전입하면 그 규모는 바젤위원회 기준을 따를 때 보다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국이 충당금을 늘리라고 한 것은 더욱 타이트한 기준으로 손실에 대비하라고 한 셈이다. 

배당 제한의 근거로 진행한 스트레스테스트의 강도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테스트는 1997년보다 외환위기보다 더 큰 수준의 위기가 닥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조건에서 대부분의 금융지주, 은행은 바젤Ⅲ 적용으로 신설된 보통주자본비율이 대부분 규제치 아래로 하락했다. 기준 자체가 높다보니 대부분의 금융지주와 은행은 낙방한 것이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금융지주는 하고싶은 말이 많아도 배당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좀 더 유한 태도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배당 제한 규제를 풀어도 되는지 판단하기 위해 스트레스테스트를 또 진행한다고 한다. 이번에도 시장이 생각한 정도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진행한다면 논란을 피할 수 없어보인다. 

은행주는 배당을 더 많이 준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투자 매력이 없다. 한해 당기순익 4조원을 바라보는 KB금융지주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는 배당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방법이 최우선이다. 

금융지주는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에 대한 약속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높은 수준의 배당은 금융지주와 주주 사이에 맺은 암묵적인 약속이다. 은행권이 분기배당에 애쓰는 이유는 최소한 약속은 지켜야한다는 간절함 때문이다. 당국은 이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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