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출 등 경제지표 호조···소비재 업종 중심으로 매출 증가 두드러져
여행업계, 코로나 타격 여전하지만 영업 재개 준비···추경 지원 여부 주목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2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매장 문을 연지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샤넬과 루이비통, 알렉산더 맥퀸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자리한 이곳에서는 고객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일부 매장은 줄을 서서 쇼핑을 기다리기도 했다. 한 명품 브랜드 매장 관계자는 “백화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터지는 등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최근 들어 찾는 손님이나 매출 면에서 20~30% 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소비 심리가 살아나자 여행 업계도 영업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다만, 자가 격리 등 제약 요인이 여전해 매출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재 업종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백화점 업계 매출을 보면 롯데(11.5%)와 현대(26.7%), 신세계(23.8%)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소비 심리 회복세와 함께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여행업계도 업무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나투어가 이달부터 주5일 정상 업무에 들어갔고 다른 여행업계도 영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제 기자가 이날 오후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찾는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을 방문해 매장 전체를 살펴봤지만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한 매장 관계자는 “코로나가 처음 터졌던 지난해나 지금이나 손님은 크게 차이가 없다”며 “소비 심리가 회복 추세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해외 여행객 수가 늘어나지 않으면 매출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나서 여행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2019년 하루 평균 공항 이용객이 19만~20만명이었는데 오늘 5000~6000명 처리하고 있으니 95~96%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자가격리가 풀리지 않으면 이용객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입국 격리가 풀린 국가가 있지만 아직도 입출국자 대부분 14일 자가격리를 해야하기에 입출국자 증가 조짐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금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예약이 진행되는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여행 재개 기대감으로 여러 환경이 조성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눈에 띄는 여행 수요 증가세는 없지만 소비 심리 회복이 장기적으로는 여행 업계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필수인력 직원들이 주5일 정상근무하면서 준비하는 단계인데 아직 휴직중인 직원도 많아 회사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며 “현재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해외 여행 상품을 묶은 기획전을 내놓고 있는데 향후 트레블 버블 협정이나 백신 여권 도입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추경 편성을 통한 내수 진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분기 세수가 예상보다 더 걷히면서 재원 마련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 상태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 우려를 내놓고 있지만 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은 기저 효과 측면이 크고 아직 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 편성되면 우선 소비 쿠폰 지급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내수 부양 방안으로 소비 쿠폰을 발행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중단한 바 있다. 여당 내에선 전 국민 재난 지원금 지급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여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2차 추경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당내 전체적인 의견 조율이 이뤄진 상태는 아니”라고 언급, 추경 편성 및 사용 방안을 놓고 추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추경을 편성한다면 여행업계를 비롯해 코로나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업종에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백신이 나오면서 경제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데 지금 상황에서 경제가 모멘텀을 좀 받아야 하는 시기”라며 “추경을 집행한다면 이 경제의 불씨를 좀 더 살릴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1년 반 가까이 어려움을 겪은 여행업계를 비롯한 중소기업의 경우 알게 모르게 구조조정이 많이 일어났을 것이란 분석이다. 기로에 서있는 이들이 다시 추락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이 교수는 “전체적으로 힘들지만 특히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잘 파악해 집중적으로 지원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는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