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월 파나소닉 글로벌 점유율 14.7%···전년 23.9%比 9.2%p 하락
파나소닉 성장률 50.7%···전체 시장 성장률 145.9% 3분의 1수준 불과
테슬라 독점공급 깨지자 점유율 급감···이번엔 과도한 토요타 의존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리튬이온 배터리 종주국 일본의 대표주자 파나소닉이 약세다. 

세계시장 1위였던 파나소닉은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의 CATL에 자리를 내준 뒤 현재 3위에 랭크됐다. 이들과 함께 ‘빅3’로 분류됐지만, 이마저도 위태한 모양새다. 1·2위와의 점유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나소닉 약세의 원인으로 특정업체에 기댄 전략을 꼽는다.

SNE리서치가 금년 1~4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14.7%의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전체적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파나소닉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7% 성장했으나 점유율은 23.9%에서 14.7%로 하락했다. 당시 파나소닉은 LG에너지솔루션(22.8%)과 CATL(20.7%)를 제치고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파나소닉 점유율이 9.2%p 하락하는 동안 CATL의 점유율은 32.5%로 크게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에서 대유행이 일어난 탓에 전기차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 CATL의 성장률은 285.9%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도 소폭 하락했으나 성장률은 132.6%에 달했다. 전체 배터리시장 성장세가 145.9%였음을 감안하면 파나소닉의 성장세는 1/3 수준에 불과했다.

이로써 파나소닉은 빅3로 분류되기 민망한 수치를 나타내게 됐다. 당초 배터리시장은 ‘3강 4중’ 형태였다. 1~3위 점유율과 4~7위 점유율 간극이 확연했다. 금년 1~4월 점유율을 살펴보면 ‘4중’이 BYD(6.9%)·삼성SDI(5.4%)·SK이노베이션(5.1%) 등의 ‘3중’ 체제로 압축됐다. 파나소닉은 CALT·LG에너지솔루션과 3중 사이의 애매한 포지션에 놓였다. 상위권과 격차가 벌어지고 중위권의 추격을 허용한 셈이다.

글로벌 판도도 변화할 전망이다. 한·중·일 3국 중심의 배터리 시장이 한·중 양국 체제로 개편될 조짐이다. 닛산 배터리공급 자회사였던 AESC가 중국에 매각되면서 현재 1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린 일본 배터리업체는 파나소닉이 유일하다. 한국은 2·5·6위를 차지했으며 CATL을 포함한 중국 업체 6곳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파나소닉 점유율 후퇴는 테슬라와 연관 깊다. 2014년부터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독점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했다. 2019년 1월 파나소닉이 토요타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JV)를 설립했다. 이후 테슬라와 관계에도 균열이 갔다. 앨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모델 3’ 생산 차질의 원인이 파나소닉의 업무 처리 속도 탓이라고 공개적으로 힐난할 정도였다. 테슬라는 이후 배터리 공급선을 다변화했다. 중국 기가팩토리 가동을 계기로 공급선을 다변화했다.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을 파트너로 낙점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 1위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CATL·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파나소닉 성장세가 낮다는 의미는 테슬라가 파나소닉에 배분한 배터리가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며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알 순 없지만 CATL·LG에너지솔루션이 납품하는 배터리량이 파나소닉을 앞지르고 있을 것이다”고 시사했다.

CATL·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납품 직후부터 파나소닉 점유율을 앞섰다. 이 시기를 전후해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두 회사의 전체적인 배터리 점유율도 더욱 높아졌다. 테슬라 의존도가 컸던 파나소닉은 두 회사의 성장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점유율 차이가 벌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은 순수전기차(EV) 전신인 하이브리드 차량(HEV)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의 종주국이다”면서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은 EV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본 완성차업계는 EV 전환속도가 늦어 현재까지 별다른 영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에 이어 토요타 의존도를 높이다보니 자연스레 파나소닉의 배터리업계 영향력도 반감한 것이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파나소닉은 토요타와 함께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에 도전하는 상황이다”면서 ““전고체를 상용화를 추진하는 곳이 이들뿐만이 아니고, 계획대로 세계최초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현재 거래선이 제한적인 파나소닉 입장에서는 다른 업체에 납품하기에도 한계를 보일 수 있어 시장 순위나 판도를 개선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답했다.

주요 배터리업계 관계자들은 파나소닉의 이 같은 행보가 JV설립 등 특정 완성차 업체와의 배터리 파트너십이 강화되는 국내 배터리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특정 업체 의존도가 높을수록 리스크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고객사와의 관계악화 및 시장변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표=SNE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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