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험료 22억9000만원 부정수급 혐의···장모 최씨 ‘공모’ 여부 쟁점
징역 4년 확정된 주아무개씨 증인신문···설립·운영 관여 질문에 모호한 답변
검찰 “수사기관 진술과 달라” 질타···재판부 “진실·거짓 염두에 두고 판단”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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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가 수억원을 투자해 ‘공모’ 의혹이 제기된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 주범이 장모 최아무개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에서의 진술을 뒤집었다. 주아무개씨는 검찰에서 최씨가 요양병원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법정에서는 자신의 진술한 내용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했다.

의정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정성균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최씨의 의료법위반 등 혐의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열고 요양급여 부정수급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7년 3월 징역 4년이 확정된 주씨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주씨는 지난해 9월23일과 28일, 11월9일 세 차례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검찰 수사와 주씨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주씨는 대학에서 조리학을 전공하고 식자제 납품업에 종사하다 2003년 처음 개발업에 뛰어들었다. 주씨는 이 사건 요양병원이 들어선 경기도 파주의 6층 규모 건물을 손아무개씨와 함께 소유했고, 손씨 지분의 1, 3, 4층을 매수하려다 또 다른 투자자 구아무개씨와 장모 최씨에게 돈을 빌렸다. 계약금 5억원 중 3억원은 구씨가, 2억원은 장모 최씨가 냈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2012년 2월자 계약서에 따르면 ‘구씨와 장모 최씨는 계약 체결부터 건물 내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의료법인 설립을 추진해야 하고, 손씨는 구씨와 최씨를 이사장으로 하는 의료법인 설립에 필요한 서류 등 절차에 협조하되, 의료법인 설립에 필요한 제반 절차와 비용 등 책임은 구씨와 장모 최씨가 부담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검찰은 부동산 계약서에 의료법인 설립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장모 최씨가 의료법인 설립에 관여했고, 사전에 이 같은 합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주씨는 “구씨와 장모 최씨가 계약 당일 돈을 냈기 때문에 이름을 쓴 것이지 이전부터 합의한 사실은 없다”며 “제가 장모 최씨에게 ‘돈이 모자라다’ ‘도와달라’고 말했고, 계약 당일 오셔서 이름을 쓴 것이다. 손씨가 계약서를 만들었고, 이름만 당일에 써넣은 것이다”고 말했다.

장모 최씨가 의료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등재된 배경에 대해 주씨는 “제가 못 갚은 금원이 있어서 안전장치 명목으로 이사장으로 등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구씨와 장모 최씨의 중간이름을 따 의료재단 명칭을 만든 이유에 대해서도 주씨는 “처음 돈을 낸 두 분 이름으로 했을 뿐이다”며 최씨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는 진술을 이어갔다.

검찰 질문에 즉답을 피하던 주씨는 의료재단 설립 서류를 장모 최씨가 확인하고 인감도장을 찍었다는 과거 자신의 진술이 공개되자 말문이 막혔다. 그는 ‘이렇게 검찰에서 진술하지 않았나요’라는 검찰의 물음에 “제가 (인감도장을) 찍었는지 장모 최씨가 직접 찍었는지 제가 정신이 없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주씨는 장모 최씨의 사위 유아무개씨가 요양병원에서 근무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도 한동안 답을 못했다. 유씨는 윤 전 총장과 동서 사이로, 요양병원에서 일부 의사를 면접하고 직원관리 등 업무를 했다. 유씨는 과거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증인은 검찰에서 ‘장모 최씨가 제게 말했다. 유씨가 하는 일이 없으니 병원을 관리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관리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며 재차 주씨의 답변을 촉구했다. 장모 최씨가 병원 설립에 관여했고, 운영까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주씨가 한참 뒤 “그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자, 검찰은 “왜 (검찰에서는) 그렇게 진술했느냐. 위증의 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쏘아붙였다.

검사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재판장은 “(수사과정에서 진술한 조서에 대한) 진정성립이 돼 있다. 불필요한 신문은 자제해 달라”며 “변호인의 반대신문 이후 재주신문 할 기회를 충분히 드리겠다”고 정리했다.

검찰은 ‘제가 투자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장모 최씨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주씨의 진술을 재차 제시했는데, 주씨는 한동안 침묵하다 “사위를 병원에 꼭 근무시키라는 부분은 없었다. 제가 먼저 이야기 했다”고 장모 최씨를 두둔했다. ‘본인이 사위 유씨를 근무하지 않도록 할수도 있었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그것은 아니었다”고 다소 상반된 답변을 내놨다.

이어진 질문에도 주씨는 검찰에서의 진술과 배치되는 증언을 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했다. 검찰은 “(증인은) 수사기관에서 한 말을 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왜 자꾸 그러는가”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진정성립이 돼 있다. 계속 묻는 것은 소용이 없을 것 같다”고 검찰을 자제시켰다. 증인신문이 종료된 후에는 “증인의 증언에는 피고인(장모 최씨)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부분들이 있다. 증언 내용이 진실인 부분도 있고, 부정확하거나 거짓인 부분도 있을 수 있다”며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증인신문 이후 피고인신문 없이 재판 절차가 종료(결심)됐다.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변호인과 장모 최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7월 2일 오전 10시4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장모 최씨는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음에도 2012년 11월 의료재단을 설립, 2013년 2월 경기 파주시 소재 요양병원 개설·운영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장모 최씨가 해당 병원을 통해 2013년 5월부터 2015년 5월까지 합계 22억9400만원의 요양급여를 불법으로 편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은 2015년 파주경찰서에서 수사가 시작돼 장모 최씨의 동업자 3명만 재판에 넘겨졌다. 1명은 징역 4년이, 나머지 2명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 각각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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