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양도세 최고 세율 75%로 인상
최근 증가세인 세수에 미칠 영향 관심
“연말까진 거래 절벽, 차기 정권 정책 방향이 변수”
저소득층 부담 전가 우려 

1일 서울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 사진=연합뉴스
1일 서울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율이 오르면서 적어도 연말까지는 거래 절벽으로 세수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내년 이후 대선 결과에 따라 세금 부담을 참지 못한 다주택자가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이날부터 시행된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이 10%p씩 오른다. 지금까지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10%p, 3주택 이상은 20%p 추가해 부과했으나 앞으로 2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에 20%p, 3주택자 이상은 30%p를 가중한다. 기본세율이 최소 6%(1200만원 이하)에서 최대 45%(10억원 초과)까지 적용되기에 최고 세율은 65%에서 75%까지 인상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발표할 당시 세율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제도 시행 전에 매물을 많이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일부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중과 시행 전 정부의 예상대로 매물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거래 증가는 세수로도 확인된다.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은 88조5000억원으로 1년전 같은 시기 69조5000억원보다 19조원 더 걷혔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서 법인세 수입이 약 4조8000억원 늘어난 것과 함께 부동산 거래량이 1.7% 늘면서 양도세도 3조원 가량 늘었다.

이로 인해 올해 연간 국세수입액은 기획재정부가 전망한 282조7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300조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초과 세수가 예상되면서 2차 추경 가능성도 나와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거래 동향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당분간 거래 절벽 상태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사람들이 금방 집을 내놓기는 어려워 올해는 매도 목적으로 매물을 내놓을 확률이 많지 않다”며 “이런 측면에서 양도세가 더 걷히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세금이 잘 걷힌 것은 세금이 우려되는 사람들이 양도나 증여에 나선 이유로 해석하지만 이제는 거래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시행 첫날인 이날 기자가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서초지역 공인중개사 업소들을 돌아봤으나 손님이 있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업자들은 “요즘 거래 자체가 뚝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는 “장사도 안 되는 데 뭔 질문이냐”며 기자의 대화 시도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서울 서초구 한 신축아파트단지 인근 L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3~4년 전 까지는 세금이 오른다고 하면 소득이 많지 않은 집주인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미 많이 팔고 나갔다”며 “양도세를 70% 이상 세금으로 가져간다면 누가 집을 내놓겠나”라고 말했다. 현재는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로 상당부분 손바뀜됐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버티자는 심리가 강해 당분간은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손님이 증여를 한다고 하면 세금 부담이 크니 우선 매매를 하고 절세 방안을 찾아보라고 권유했지만 지금은 차라리 증여가 낫다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단지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래저래 거래는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재건축 아파트는 실거주 기간 등 재건축 조합원 자격 요건 강화로 매수자를 찾기 어렵고 새 아파트는 양도세 부담으로 매도자가 집을 팔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개정 논의가 있다는 얘기도 있어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당정을 중심으로 양도세를 비롯한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양도세 완화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를 놓고 검토를 하고 있는데 확정된 것이 없어 따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 시행을 계기로 부동산 시장이 중대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보면 상승세가 지속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수세는 이미 꺾였다. 매수자 입장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라 집주인들이 매물을 시세보다 약간 낮은 가격에 내놓아도 잘 나가지 않는다”며 “반포 지역은 84㎡ 기준 26억~28억원 정도에 호가가 형성돼 있는데 2억원 정도 낮은 가격을 제시해도 매수 문의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을 팔면 세금을 75%를 가져간다는 것은 어거지 정책”이라며 “정부 정책이 말이 안 되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뀔 것이란 심리에 일단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시장에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차기 정부에서도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여력이 충분치 않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다시 매물을 내놓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규제는 거래 절벽을 형성해 집값 상승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 정말 자금력이 풍부한 부유층 다주택자는 세금 부담에 개의치 않고 최적의 매도 타이밍까지 최대한 버텨보자는 쪽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 상황이 이어지면 부담은 결국 저소득층이 짊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 규제가 종부세 납부자로 대표되는 일부 고가 주택 소유자를 겨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세 세입자나 무주택자 등 서민에게 부담이 전가된 상태란 것이다.

홍 교수는 “현재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최고 수준의 조치가 돼 있다”며 “세금 때문에 거래가 잘 일어나지 않아 약간 가격이 내려오는 조정기가 올 수 있지만 이렇게 양도, 보유에 대한 세금 부담이 많으면 기본적으로 하위 계층으로 전가된다”고 말했다. 전가되는 속도와 부담하는 소득의 증가가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면 주택 보유자나 세입자, 무주택자 모두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 처할 수 있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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