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인력 재배치하며 신사업 꾸준히 추진···수처리 중심 신사업 매출 2배 ‘쑥’
한 치 앞 모르던 신사업, 지난해부터 성과 가시화···긍정적 전망 잇따라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GS건설 신사업부문 매출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2~3년 전부터 건설사들의 신사업분야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건설이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경기 민감도가 큰 업종인데다 최근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영향을 상당히 받아서다. 발주물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건설사들은 건설 유관업, 친환경 사업, 유통분야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주력사업인 건설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어도 실적에 보탬이 되거나 성장세가 확연히 눈에 띄어 장래가 기대되는 곳이 있는 반면 신사업 분야 상당수에서 손실을 내 연결기준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곳도 있다. 각 건설사가 생존을 위해 필수로 뛰어든 신사업분야의 초기 성과를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아파트 망하는 순간 난리 날 회사.’(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내부인 평)

GS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엇비슷한 여타 건설사에 비해 유독 건축·주택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GS건설은 75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건축·주택 부문에서 낸 영업이익만 1조1079억원이다. 다시 말해 플랜트, 인프라, 분산형 에너지 등 3개의 사업분야에서 영업손실을 낸 것을 건축·주택부문이 메운 것이다. 내부 조직원 사이에서 종합건설회사가 아니라 아파트 건설 전문 회사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온 배경이다.

◇허윤홍, 사장 승진과 함께 신사업추진실장 담당 1년 여···매출 변화 보여

경영진도 아파트로 치우친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기 위해 수년 전부터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속 없는 플랜트부문은 인력부터 대폭 줄이고 신사업부문은 확장하는 것이다. 또 신사업부문을 진두지휘할 수장에는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사장을 대표로 두며 전폭적 지원을 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비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던 탓에 신사업으로 인해 건설사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는 부정적 의견도 잇따랐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면서부터 신사업분야를 둘러싼 평가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2배 이상 대폭 뛰면서 성과가 가시화된 영향이다. 수처리부문, 베트남 부동산 개발, 해외 모듈러 사업, PC(Precast Concrete) 등을 포함한 GS건설의 지난해 신사업부문 매출은 6111억원을 기록했다. 직전해 2936억원에 견주어보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또 GS건설 내 다섯 개의 사업 분야 가운데 영업손실을 안 낸 분야가 건축‧주택부문과 함께 신사업부문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회사 측은 올해 신사업부문 매출 목표를 1조원으로 잡았다.

베트남 부동산 개발의 대표 사업장으로는 냐베신도시 개발이 꼽힌다. 호치민에서 남쪽으로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냐베지역에 민간 주도로 한국형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다. 또 GS건설은 호치민에서 도로를 건설해 호치민시에 인계하고 그 대가로 받은 5개 부지 중 2개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해외 모듈러 사업을 위해선 지난해 폴란드 단우드, 영국의 엘리먼츠, 미국의 S사 등 유럽과 미국 등지에 있는 모듈러 전문업체 3곳을 한꺼번에 인수했다.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 사업을 위해선 충북 음성에 자동화 생산공장도 건설 중이다. PC 공법은 슬라브·기둥·보·벽체 등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고 설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미 일감 확보에서부터 지난해와는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GS건설의 신사업 매출액은 171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903억원에 비해 89.6% 증가했다. 1분기 총 매출액 중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8.5%다. 여전히 비중은 작지만 지난해 동기 3.7% 보다 4.8%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앞으로 신사업분야를 적극적으로 키워나갈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도 기대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임병용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신사업 육성을 위해 시너지 창출이나 가치 제고 효과가 기대되면 선별적 M&A(인수·합병)도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규모는 2조1189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실탄을 바탕으로 향후 대형 M&A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GS이니마의 최근 실적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신사업 매출의 가장 큰 버팀목은 ‘GS이니마’

신사업 부문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수처리 부문이다. 수처리란 생활하수 및 산업폐수 처리, 공업용수처리를 포함해 물 자원을 이용 목적에 맞게 처리하는 사업을 총괄하는 명칭이다. 또 식수 정화와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하는 해수담수화 작업 등도 하고 있다. 이 업무는 자회사인 GS이니마가 담당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까지 스페인 건설기업인 OHL 계열사였으나 GS건설이 2019년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GS건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GS이니마 종속사로는 미국과 남미, 유럽 등 현지법인 36개사가 있다.

GS이니마는 지난해 295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신사업부문 전체 매출인 6111억원의 약 50%를 차지하는 것이다. 특히 2016년 첫 2000억원대를 넘어선 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당기순이익도 303억원으로 올라섰다. 자산총계는 1조1482억원이다.

GS이니마의 해외시장 신규 수주도 눈에 띈다. GS이니마는 지난해 11월 오만에서 대규모 해수담수화 사업을 수주하는 등 신사업 부문에서만 1조4080억원 일감을 확보했다. 신사업 수주는 모두 해외에서 일궈냈다. 기존 사업부문 중 하나인 플랜트에서 해외 수주에 어려움을 겪던 GS건설이기에 GS이니마의 해외수주 성과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에서도 GS이니마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GS이니마 오만 프로젝트와 해외 모듈 실적 성장으로 올해 신사업 부문은 전년도보다 큰 폭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오만 수처리 플랜트가 가동되기 시작하는 2024년에 들어서면 매출액은 4445억원,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각각 1100억원, 520억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GS이니마가 수주한 오만 프로젝트 위치 / 사진=GS건설
GS이니마가 수주한 오만 프로젝트 위치 / 사진=GS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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