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금융서비스, 생보협회 가입 추진···협회 및 금융당국 결정 대기중
생보업계 “협회 위상 고려, 불가피한 선택” 평가···GA업계, 형평성 문제 지적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보험업계의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 흐름을 이끌고 있는 한화생명보험사와 미래에셋생명보험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새롭게 GA 형태로 분리된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이하 한화생명금융)와 미래에셋생명금융서비스(이하 미래에셋생명금융)가 보험대리점협회가 아닌 생명보험협회 가입을 추진하자 생보업계와 GA업계에서는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생보업계에서는 생보협회와 보험대리점협회의 위상 차이 등을 고려할 때 한화생명금융과 미래에셋금융의 생보협회 가입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GA업계에서는 형평성 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GA업계 내에서도 상반된 견해들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관련 문제에 대한 잡음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금융서비스, 생보업계 정관 변경 후 가입 허가 전망
31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금융과 미래에셋생명금융은 현재 생보협회 준회원사 가입을 추진 중이다. 자회사형 GA의 생보협회 가입 여부는 생보협회 정관 변경이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두 회사는 금융당국과 협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생보협회 정관상 준회원사는 ▲생보사 ▲제3보험업의 보험종목(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만을 영위하는 보험사 ▲외국생보사의 국내 지점 ▲국내외 재보험회사 등을 대상으로 한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생보협회 가입은 시간이 다소 소요되더라도 결과적으로 승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도 준회원사로 가입돼있기 때문에 GA의 가입이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한화생명금융과 미래에샛생명금융은 조직 구성원 대부분이 생보사의 전속설계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다른 GA와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두 회사가 보험대리점협회가 아닌 생보협회를 선택한 주된 이유로는 인지도와 공신력의 차이가 꼽히고 있다. 외부의 시선에서 보면 생보협회와 보험대리점협회가 동일한 협회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두 협회의 위상 차이가 영업에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 사례로 생보협회와 보험대리점협회는 모두 ‘우수인증설계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생보협회로부터 받은 우수인증설계사 자격이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높은 신뢰도를 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한화생명금융과 미래에셋생명금융은 생보협회 가입과는 별개로 생보협회의 ‘우수인증설계사’ 자격 획득을 마친 상태다. 우수인증설계사는 동일회사에서 3년 이상 재직한 보험설계사 가운데 ▲보험 신계약 유지율(13회차 90%, 25회차 80%) 유지 ▲월평균 월납초회보험료 80만원 이상 등을 충족한 설계사들에게 주어진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우수인증설계사의 조건으로 특정 회사에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해야하는 조건 등이 있다”며 “보험대리점 협회에서 새로 자격을 얻게되면 한 동안 우수인증설계사 자격에 공백이 생겨 설계사 분들의 영업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법인의 협회가입과는 별개로 우수인증설계사 자격 획득을 먼저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규모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생보협회와 대리점협회의 위상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오랜 기간 성실하게 영업을 해온 설계사분들은 큰 지장이 없겠지만 새롭게 영업을 하는 설계사분들은 소속 협회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GA업계 “보험업권 내 영향력 강화 기회 아쉬워”···일부 반대 의견도
GA업계에서는 한화생명금융과 미래에셋생명금융의 생보협회 가입 추진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GA업계가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조직이 새로 협회로 들어올 경우 보험업계 내 GA의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GA업계는 최근 수년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강도 검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영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일부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GA로서 동일한 위치에서 영업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특정 회사의 설계사들만 생보협회 소속으로 영업을 하게되면 기존 설계사들의 영업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GA는 생보사와 달리 생명보험 상품과 손해보험 상품을 모두 판매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보협회에서 우수인증설계사를 심사하게 되면 업권 간 권한 침해 등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회사가 원수사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심사를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GA업계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생보협회행을 반기는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다. GA업계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대형 GA들을 중심으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속설계사 수가 2만여명에 달하는 한화생명금융이 보험대리점협회로 오게되면 업계 내 주도권이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심 이들의 생보협회 가입을 반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기준 41만1221명의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 중 39.56%(16만2680명)가 대형GA(설계사 500명 이상)에 몰려있을 정도로 GA업계는 양극화가 심화된 상태다. 그 비중도 2019년38.81%에서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또 다른 GA업계 관계자는 “업계 상위권의 GA가 금감원 징계로 인해 무너지는 등 GA업계가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주도권을 신경쓰는 의견이 일부 나오고 있어 답답한 마음도 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