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노조, 노조추천이사제 재추진
사외이사 임기 만료됐지만···추천위 가동 지연
지난해 기재부 반대로 도입 무산···외부 상황 크게 달라지지 않아

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던 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 노동조합의 제도 도입 시도가 연이어 난관에 부딪히면서다. 도입이 유력했던 국책은행에서 잇따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불발되면서 사실상 현 정권 임기 내에서는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31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나명현 사외이사의 임기가 이날 종료됐다. 통상적으로 사외이사 임기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 후임 인선을 위해 임기가 종료되기 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되고 추천위를 통해 사외이사가 추천·선임된다. 그러나 사외이사의 임기가 종료된 이날까지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추천위 가동이 언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며 “후임 인사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노조는 이날 임기가 종료된 나명현 사외이사 후임 인사를 두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에서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에 두는 제도를 말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노조추천이사제의 상위 개념인 ‘노동이사제’를 노동 분야 대선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다. 그러나 노동이사제 도입이 진전을 보이지 않자 금융노조에서는 노동이사제와 달리 법제화 과정 없이 노사 협의만으로도 도입이 가능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특히 주주총회를 거치는 과정 없이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국책은행에서 도입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그러나 지난 4월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도입이 무산되면서 금융권의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동력이 약해졌다.

지난해 기업은행 노조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며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했다. 시위 끝에 노조와 사측이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노사공동선언에 합의하면서 금융권 최초로 노조추천이사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이후 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에 노조 측 추천 인사 1명을 포함한 사외이사 후보를 제청했으나 노조 추천 인사는 금융위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지난 4월 김정훈 단국대 행정복지대학원 겸임교수와 정소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회사 측이 추천한 인사 2명이 임기 3년의 기업은행 사외이사로 최종 확정됐다.

기업은행의 첫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이 무산되면서 수출입은행에서의 도입 가능성도 불확실해졌다. 수은 노조는 지난해 1월에도 사외이사 2명에 대한 후임 인선 과정에서 외부 인사를 추천했으나 임명권자인 기획재정부가 노조 추천 인사 대신 기재부 관료 출신 인사를 뽑으면서 노조추천이사제가 좌절된 바 있다.

현재 수은 노조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놓고 사측에 노조 측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외부인사를 포함시켜달라는 의사를 전달하고 노조 추천 이사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의 사외이사 임명 당사자인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임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불발됐던 지난 1월과 외부 변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만큼 이번 도입 시도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수출입은행 노조 관계자는 “후임 인사를 논의하려면 내부적으로 후보에 대한 평가를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야 하는데 아직 추천위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현재 노조 추천 이사 후보를 물색 중이며 어느 정도 큰 가닥이 잡힌 상황이라 추천위가 꾸려지는 대로 사측 후보와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