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LG에너지솔루션 보유 HL그린파워 지분 49% 인수하기로
說만 무성하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합작사 인니설립 유력시
“신규 공급·판매처 요구 동시 기존 공급·판매처 유지···협력은 지속될 것”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협업이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그룹은 국내서 진행해 온 배터리 합작관계를 종료하기로 합의했는데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셀 합작사(JV)를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여서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양사 배터리 협업은 2010년 이뤄졌다.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이 51:49비율로 에이치엘그린파워(HL그린파워)를 설립했다. HL그린파워는 배터리팩 업체다. 배터리는 셀·모듈·팩 등으로 나뉜다. 셀은 배터리의 기본단위고, 모듈은 셀을 여러 개 묶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듈을 여러 개 묶어 배터리팩을 만드는 데, 전기차 배터리의 최종 상품단계라 할 수 있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49%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기 위해 285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지분인수가 마무리되면 HL그린파워는 현대모비스의 100% 자회사로 거듭난다. 지분인수를 위해 투입된 자금에 비해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 제고에 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HL그린파워의 매출은 1조3835억원, 영업이익은 42억원이다.
현대모비스는 LG와의 파트너십 종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10년 넘게 축적해 온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할 것이며, 배터리 시스템사업을 확장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고 소개했다. 업계는 다각적인 방안모색의 주체가 현대차가 될 것이라 해석했다. 양사가 배터리셀 JV를 설립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해 JV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보도한 바 있다. 사실 이는 국내서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는 내용이다. 2019년부터 두 회사가 JV를 설립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됐고, 작년 하반기부터는 JV가 인도네시아에 건립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양사는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JV설립설(說)이 제기된 초기부터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진 최근까지 줄곧 같은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이번 로이터통신 보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현대모비스가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팩 협업을 종료하면서 보다 강화된 전략적 관계를 언급함에 따라 JV가 단순한 낭설에 지나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 물량도 양사 중심으로 배분됐다. 3차까지 진행된 E-GMP 배터리 납품업체 선정결과는 △1차분 SK이노베이션 △2차분 LG에너지솔루션·CATL △3차분 SK이노베이션·CATL 등이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와 LG의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코나EV 연속화재 논란이 도화선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고 결국 리콜이 단행됐다. 마찬가지로 LG의 배터리가 탑재된 ‘아이오닉EV’와 전기버스 ‘일렉시티’ 등도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 리콜비용은 현대차가 30%, LG에너지솔루션이 70%를 부담했다. 비용은 LG가 더 치렀지만 출혈은 현대차가 컸다. 기대를 모았던 모델이지만 코나EV가 사실 상 단종 수순을 밟게 됐기 때문이었다.
리콜결정 및 분담금 조정 과정에서 양사는 결함원인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대립이 이어지는 도중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보다 더욱 많은 물량을 배분받게 되자, 갈등의 골이 심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등장했다. 이번 배터리팩 협업 종료소식만 전해졌다면 당시 불거진 불화설이 확장되는 계기가 됐겠지만, 인도네시아 JV설립 추진소식이 앞서 전해짐에 따라 이 같은 여론도 진화시킬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현대차와 배터리팩 합작사를 설립함으로서 지난 10년 동안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면서 “이번 협업이 종료된다 하더라도 장시간 협업했던 사업적 파트너십까지 종료되진 않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배터리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반도체 품귀현상과 같이 배터리 수급난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완성차·배터리 업계 모두 공급·판매처를 다변화하는 숙제를 안고 있음과 동시에 기존 공급·판매망을 공고히 할 필요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점이다”면서 “파나소닉을 중심으로 일본 완성차기업들이 뭉치고, K배터리를 공공연하게 배척하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의 전기차·배터리분야 협업도 보다 공고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