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티빙 포함 콘텐츠에 5년간 5조원 투자”
강호성 CJ ENM 대표 “IPTV사 수신료 구조 선진화 필요”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티빙의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CJ ENM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티빙의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CJ ENM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2023년까지 약 100편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하고 800만명의 국내 유료가입자를 확보하겠다. 내년부터 미국과 일본 등 주요시장을 우선으로 동남아시장까지 진출해 ‘넘버원 K-콘텐츠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겠다.”

31일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티빙은 CJ ENM 디지털 역량 강화 전략 핵심축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D2C(Direct to Consumer) 유통환경에서 글로벌 플랫폼으로도 확장해 K-콘텐츠를 전 세계에 보급하는 창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넘버원 K-콘텐츠 플랫폼’이란 목표도 세웠다.

◇ ‘K-콘텐츠 맛집’ 티빙, 2023년까지 국내 유료가입자 800만명 확보

티빙은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누적 유료가입자 수가 63% 증가했고 같은 기간 앱 신규 설치율은 67%, 월간 UV(Unique Visitors·한 번 이상 방문한 고객)도 41% 늘었다.

양 대표는 “초창기 20~30대 가입자가 중심이었지만 중장년 유료 가입자 증가율도 출범 시기와 비교해 40대 28%, 50대 46%, 60대 33%로 크게 늘었다”며 “전체 유료가입자 중 절반 이상(57.1%)이 하루에 최소 한 개 이상의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어 전 국민 서비스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갖췄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성장 가속화 스토리는 국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일본 등 주요시장을 우선으로, 동남아까지 진출해 글로벌 스케일의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구축하겠다”며 “올 하반기 중 해외 전략적 파트너와 협업을 가시화하고, 내년에는 우리나라 밖에서도 티빙에서 K콘텐츠를 직접 접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는 CJ ENM, JTBC 스튜디오 등 제작사와의 협업을 티빙만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내외 OTT 사업자들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물론 어떤 OTT라도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은 세울 수 있지만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티빙은 검증된 역량을 갖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 지속 공급할 수 있는 CJ ENM과 JTBC 스튜디오가 든든한 지원군으로 버티고 있다는 점이 티빙만의 강력한 무기이자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OTT와 TV 시장이 똑같은 환경은 아니지만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IP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다. 즉 티빙은 ‘K-콘텐츠 맛집’이 되기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경쟁 OTT 대비 우리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티빙은 프랜차이즈 IP와 팬덤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프랜차이즈 IP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밸류를 제공해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지속적 구독으로 이어지게 한다. 지난 10년간 CJ ENM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시리즈, 대탈출 등 시리즈 IP 덕분이었다”며 “티빙은 오리지널 투자의 50% 이상을 프랜차이즈 IP 육성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팬덤을 확보하고,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하기 위해 기존 제공되고 있던 예능이나 드라마 외에도 6000편 이상의 영화, 고품격 다큐멘터리, 프리미엄 스포츠 중계 등 콘텐츠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 CJ ENM, 콘텐츠 제작에 5년간 5조원 투자

CJ ENM은 이같은 티빙을 필두로 각종 디지털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티빙을 3년 내 국내 1위 OTT로 성장시키기 위해 투자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강호성 CJ ENM 대표 / 사진 = CJ ENM
강호성 CJ ENM 대표 / 사진 = CJ ENM

강호성 CJ ENM 대표는 “웰메이드 IP 양산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함과 동시에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올해만 8000억원, 향후 5년간 5조원 규모 의상의 콘텐츠 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금액에는 티빙을 포함해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등의 콘텐츠 투자 금액도 포함된다.

투자 금액과 관련해 임상엽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올해 투자금액은 8000억원으로 콘텐츠로 보면 2000개 작품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드라마 쪽이고 예능, 영화 등에 투자가 이뤄진다”며 “글로벌 OTT, 스튜디오들과 협상 또는 제휴해 공동제작이나 슬레이트딜이 이뤄지는 경우 콘텐츠 투자는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CJ ENM은 프랜차이즈 IP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내며 드라마, 영화, 웹툰, 공연간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제작 생태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지난 2016년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전문적인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를 열었고 예능·영화·디지털·애니메이션 등에서도 전문화된 ‘멀티 스튜디오’ 구조를 갖춰갈 예정이다.

전문화된 스튜디오 구조에서 제작된 콘텐츠는 티빙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기획·제작 역량을 강화해 크리에이터에 대한 동기 부여와 비전을 제공할 방침이다.

강 대표는 “CJ ENM의 가장 큰 경쟁력은 콘텐츠 제작 역량 차별화인데,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이라며 “예능, 영화, 디지털,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아우르는 한편 트랜스미디어 등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최적화된 것이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이며, 올해 안에 구체적인 계획을 정리해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튜디오 역량 강화와 CJ ENM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티빙에 맞는 콘텐츠, 글로벌 OTT에 맞는 콘텐츠를 공급할 것이다. 다만 티빙 성장과 글로벌 진출에 따라 티빙에 공급하는 콘텐츠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 대표는 최근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IPTV 3사와의 수신료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IPTV 3사는 CJ ENM이 과도한 콘텐츠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다고 비판한 반면 CJ ENM은 그간 지나치게 저평가돼 온 ‘콘텐츠 제값받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반박하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강 대표는 “콘텐츠 수준은 글로벌 인정받고 있는데, 이를 잘 유지해야 할 산업구조는 국내시장 수준에 머무르는 비대칭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외국 OTT들이 한국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 시장이 콘텐츠에 대해서만 관심 있고 분배에 관심 없다면 메이저 스튜디오들에게 예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K-콘텐츠 품질 향상만큼 시장구조도 선진화돼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K-콘텐츠 시장 지속 성장을 위해선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를 개선해 콘텐츠 제작자들의 투자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해 IPTV사에 공급하면 제작비의 3분의 1을 수신료로 받는다. 최대 120%까지 받는 미국은 수신료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고 예측 가능한 투자기반을 갖춘다”며 “반면 우리는 나머지 3분의 2를 부가수익에서 찾아야 한다. 아직 시장구조가 수신료보다는 부가수입인 협찬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K-콘텐츠 시장을 넓이고 글로벌로 나아가는 힘을 지키기 위해선 시장의 유통, 분배가 선진화돼야 한다”며 “이것이 플랫폼사뿐만 아니라 K-콘텐츠 전체가 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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