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핸드폰 압수하고 1주일 뒤 증거목록 작성
法 “절차를 위반한 증거수집, 유죄 증거 안 돼”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사이버 도박공간을 개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피고인이 증거물 압수절차 하자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6단독 김재호 판사는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바카라 등의 도박을 할 수 있는 일명 ‘우리 카지노’ 사이트를 운영하는 주범 B씨로부터 우리 카지노 계열 도박사이트인 ‘더킹 카지노’의 운영자 권한을 받아 도박 행위자들을 모집하는 등 영리목적으로 도박공간을 개설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2017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A씨가 도박 행위자들로부터 입금받은 도박 금액이 2700억원에 달했으며, A씨가 자신의 몫으로 3억3000여만원을 받았다고 봤다.
그러나 A씨는 해당 돈이 사이트를 운영하고 받은 몫이 아닌 불법스포츠토토 게임머니를 환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의 유무죄는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에서 갈렸다. 수사기관은 2019년 10월 7일 A씨를 체포하며 압수한 핸드폰을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에서 누락했다. 수사기관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뒤 핸드폰에 대한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을 작성했다.
김 판사는 “수사기관은 위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집행할 당시 핸드폰에 관한 압수조서와 압수목록을 작성하지 않았고 피압수자인 피고인에게 압수목록을 교부하지 않아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며 “위법하게 압수된 핸드폰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해 수집한 위법수집증거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사이트를 운영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총판 정산금 계좌와 도박사이트 환전계좌가 혼용되어 사용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와 공모해 영리목적으로 도박공간을 개설했다고 충분히 증명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검사는 ‘우리 카지노’ 계열의 다른 총판들과 피고인 사이의 공모와 관련해 어떠한 진술증거도 제출하지 못했다”며 “피고인은 최소 20만원부터 최대 700만원까지 충전과 환전을 반복했는데 이를 환전받은 금원이 아니라 총판 정산금을 받은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판사는 A씨의 도박행위(국민체육진흥법위반)를 유죄로 보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도박중독치료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동종 범행으로 2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상당한 기간에 걸쳐 다액의 금액으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도박을 계속한 것으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어린 자녀들을 부양하면서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