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거센 반발에 명도집행 난항
이주비 대출 이자만 한달 10억
성북구청 “협상 테이블 마련할 것”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장위10구역 재개발 사업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명도집행 이후 사랑제일교회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다. 법원과 성북구청이 중재에 나섰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충돌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 협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명도집행 학습효과···진입로 봉쇄 등 경계 공고히 

26일 찾은 장위10구역 내 사랑제일교회 주변은 경비가 삼엄한 모습이었다. 교회 정문으로부터 100m 떨어진 곳에선 신도 2명이 폴리스 라인을 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 신원이 확인된 교인들만 교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정문 철문 옆 진입로에는 굴삭기가 놓여 차량 출입도 쉽지 않아 보였다.

교회가 외부인 통제에 나선 것은 법원의 명도집행(강제철거) 이후부터다. 교회는 현재 재개발이 진행 중인 장위10구역 중심에 위치했다. 서울시가 산정한 보상금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재개발 철거에 반발해 왔다.

장위10구역 재개발구역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는 보상금 문제로 철거에 반발하고 있다. / 사진=길해성 기자

교회는 철거 대가로 보상금 148억원과 임시 예배당 지원비 9억원 등 총 약 157억원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감정한 보상금은 82억원을 고수했다. 이후 조합은 서울북부지법에 교회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5월 법원은 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지금까지 세 차례 명도집행을 시도했지만 교회 측 저항으로 모두 실패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3차 명도집행은 서울북부지법 집행 인력 570여명이 철거에 나섰지만, 예배당을 지키던 신도들이 화염병을 던지거나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며 극렬히 저항하며 무산됐다.

지난달 19일 진행된 4차 명도집행 역시 이른 새벽부터 수백명의 신도가 교회 안과 마당에 모이는 등 충돌 우려가 커져 시도 직전 취소됐다. 이후 교회는 정문에 전기 철문을 설치하고, 각종 차량을 동원해 진입로를 봉쇄한 상태다.

◇조합, 철거 지연될수록 금융비용 부담 커져···“교회에서 보상금 올릴 수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조합이다. 현재 장위10구역은 이주가 모두 완료됐고, 철거율은 98%다. 이주비를 위한 전세금 대출 이자만 한 달에 약 1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도집행이 지연돼 사업이 늘어질수록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앞으로 명도집행이 원만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교회 측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다. 장위10구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교회에서 철거를 막기 위해 내부에 갖가지 장치를 설치하고 있어, 향후 명도집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집행 과정에서 사고라도 나면 공사가 중단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신원이 확인된 교인 외에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길해성 기자

교회 측의 반발로 명도소송 판결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면서 법원은 직접 중재에 나섰다. 다음 달 1일 명도소송 항소심 조정기일을 잡았다. 명도소송에서 조정기일을 잡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통상 명도소송에선 조정기일 없이 판결을 내린다. 1심에서도 조정기일은 없었다.

다만 양 측이 여러 차례 충돌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협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명도집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협상 우위는 교회가 차지하게 됐다”며 “급한 건 조합 측이기 때문에 교회에서 보상금을 더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청 측은 조정기일에 협상이 결렬될 경우 협상 테이블을 다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서울시에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중재 코디네이터 파견을 요청했다”며 “코디네이터들이 조합·교회 측과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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