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위, 에너지특화기업에 대기업 지정 가능 개정안 심의 중
처리 시 대기업에 공공기관 우선구매·지방세 감면·고용보조금 지원
정부여당 “산단 활성화·균형발전 차원 필요”···“대기업 특혜” 반발도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대기업집단이 에너지특화기업에 지정돼 지방세 감면,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주목받는다. 정부여당은 에너지산업 활성화와 균형발전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시각이지만 대기업 특혜라는 반발도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산자위는 오는 6월 소위를 열어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의 지정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심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민주당 송갑석 의원과 신정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련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도 에너지특화기업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5월에도 소위가 열렸지만 이견들이 있어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는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에 입주하고, 총매출액 중 에너지산업 및 에너지 연관 산업 매출액 비중이 50%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특화기업을 지정해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다만 현행법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은 에너지특화기업으로 지정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개정안에는 에너지특화기업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 등에 대한 정부 및 공공기관 우선구매 신설도 담았다. 에너지특화기업에 정부 지원·기업지원시설 제공 신설, 고용보조금 지급 신설, 예비타당성 조사·국유재산 공유재산 임대 및 매각·특허출원 우선 심사 등 특례 신설 등도 담겼다. 현재는 에너지특화기업에 지방세 감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설비보조금 지원비율 2%p 가산 지원, 산업부 R&D 과제 우대 가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더 확대하자는 것이다.

관련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대기업집단 기업들은 기존 혜택에 더해 개정안에 포함된 우선구매, 고용보조금 지급, 정부 지원·기업지원시설 제공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대기업집단이 에너지특화기업에 지정 가능해질 경우 에너지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삼성SDI, SK E&S, LS산전, 한화에너지, 포스코에너지 등 28개 대기업이 지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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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송갑석 의원은 관련 발의안의 제안 이유로 “에너지특화기업을 지정해 여러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야 한다.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에 대기업들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의 목적을 감안할 때 에너지산업의 집적 및 융복합을 촉진하고 첨단기술을 창출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선도할 역량 있는 대기업들을 적극 참여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안이 대기업 특혜라는 반발도 있다.

지난 11일 열린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 회의록을 보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특정 대기업들의 지방세 감면이나 연구개발(R&D) 지원을 해 준다는 건데 지금 개정안은 여전히 특혜성 법안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 법안의 입법 취지는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에너지산업으로 뛰어들게 하고 경쟁력을 갖추게 하기 위함이었다. 몇 년 해보다가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가 활성화가 안 된다고 해서 근간을 흔드는 개정을 하면 잘못된 입법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개정안은 에너지특화기업에 재벌대기업도 지정 받도록 해 막대한 세제감면과 우선 구매, 시설 지원 등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본래의 법안 취지와 다르게 재벌대기업 지원 정책으로 귀결될 경우 친재벌 특혜법안으로 비판받을 수 밖 에 없다”며 “산자위가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재벌 특혜시비를 받을 수 있는 독소조항들에 대해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동의하는 입장인 정부는 대기업을 에너지특화기업으로 지정해도 중소기업이 받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수 조사를 바탕으로 한 주장은 아니다.

지난 11일 회의록에 따르면 최우석 산업부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은 “우선구매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의 피해가 없도록 세부적인 방안을 잘 마련하겠다”며 “전선 같은 경우 중소기업도 만들고 대기업도 만든다. 대표적으로 154․365 송전선 경우는 대기업이 하고 그 밑의 배전선로 같은 경우는 중소기업이 다 한다. 모든 사례를 다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엄밀하게 구분이 돼 있다고 한전의 구매 담당이 그렇게 이야기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시행령 과정에서 정부가 에너지 대기업을 에너지특화기업으로 지정할 때는 해당 지역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할 건지 미리 계획을 받아서 기존의 제품군하고 경쟁이 있는지를 살펴봐서 그런 게 없는 경우에 지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남 나주를 지역구로 둔 신정훈 의원은 국토균형발전 입장에서 개정안 처리를 요구했다. 신 의원은 “이 문제를 단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경쟁 문제라든가 대기업의 특혜 문제로 이렇게 해석해서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지방은 살아날 기회가 없다”며 “위원님들 지역구가 다 지방이라고 생각하고 다 지방의 상황을 알 것이다. 어떤 산업별 공모사업을 공모를 하게 되면 입지 평가에서 수도권, 충청권이 다 가져 간다”고 말했다.

현재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는 광주전남, 전북, 경남, 경북, 부산울산, 충북 등에 6개가 있다.

이에 권오인 경실련 국장은 “에너지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사업을 할 역량이 있다. 대기업에 특혜를 주면 경제력 집중이 더 커지게 된다”며 “대기업에 특혜를 주면 하청 기업들도 함께 성장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대기업 특혜와 하청 기업의 성장은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에서 각종 산업단지를 만들어 개발하고 있는데 시장 상황에 비춰 적절한 것인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됐는지는 의구심이 든다”며 “산업단지 조성을 정치적으로 접근하거나 대기업 특혜로 이용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가 시장 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소위에서 “이러한 입법이 이뤄지면 정부 정책이 시장의 기능 자체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A 지역이 생태적으로 경쟁력이 더 있는데 정부가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함으로써 경쟁력이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가 더 우위에 서게 되기 때문”이라며 “그 경쟁력이라는 게 기업의 혁신이나 기술개발에 의한 혁신 또는 원가 절감, 물류비용 절감으로 인해 얻어지는 경쟁력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세금과 재정으로 지원하는 경쟁력 강화로 그런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이게 바람직하겠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현재 산업부와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육성 및 기술개발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대기업집단도 에너지특화기업으로 지정되도록 하는 대통령령 수준을 협의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3월말 에너지특화기업으로 신청기업 84개사 가운데 62개 기업을 지정했다. 선정된 에너지특화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135억원, 고용인원은 4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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