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케이뱅크-업비트 실명계좌 제휴 만료
제휴 효과 톡톡히 본 케이뱅크···재계약 가능성 높아

주요 은행 가상화폐 거래소 제휴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주요 은행 가상화폐 거래소 제휴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가 급등락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 대부분이 가상화폐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실명계좌 발급 계약 종료를 앞둔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제휴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은행권 및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6월 업비트와의 실명 입출금계좌 발급 제휴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빗썸·코인원과 제휴를 맺은 NH농협은행과 코빗과 손잡은 신한은행 역시 오는 7월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이 종료된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오는 9월 24일부터 가상화폐거래소는 사업을 위해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아야 한다. 은행이 거래소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해당 거래소의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 결과를 토대로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가상화폐거래소와 제휴를 맺지 않은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등의 계약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전까지는 제휴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왔으나 최근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하면서 가상화폐거래소와의 제휴에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자 제휴를 진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현재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진행 중인 은행들도 계약 만료 시점이 한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약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계약 만료를 앞둔 은행 중 제휴 연장 여부에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단연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업비트와 손을 잡으면서 제휴 효과를 가장 톡톡히 누린 은행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 4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고객 수는 537만명으로 전월 말 대비 146만명이 새롭게 유입됐다. 이는 케이뱅크가 지난 3년간(2018~2020년) 유치한 고객(157만명)과 비슷한 규모를 불과 한 달 만에 확보한 것이다.

늘어난 고객 수와 함께 수신 잔액도 급증했다. 지난 4월 말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12조14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42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말까지만 해도 수신 잔액이 약 1조85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수신고가 6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제휴 효과에 따른 성장에 힘입어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케이뱅크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약 1조2499억원 규모(약 1억9229만주)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유상증자를 추진할 때 계획했던 6000억원보다 2배 늘어난 규모이며 인터넷은행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금액이다.

업비트와의 제휴 효과가 컸던 만큼 금융권에서는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실명계약 제휴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가상화폐거래소와 제휴를 진행하지 않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향후에도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여러 거래소에 분산된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자금이 업비트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재계약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등 제휴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하면서 실명계좌를 보유한 거래소로 자금 이동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업비트 제휴 효과를 본 점도 있고 향후 거래소 갈아타기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국내 거래량이 가장 많은 업비트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릴 가능성 등 이점이 많기 때문에 계약을 연장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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