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여야 법안 발의했으나 보류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IPTV 3사가 콘텐츠의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다. 일부 IPTV의 경우 해외 OTT에겐 파격적인 수익배분을 해 주면서 국내 방송사 콘텐츠 평가에는 여전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CJ ENM)
“콘텐츠 공급 중단을 볼모로, 과도한 사용료 인상 요구와 불공정한 거래 행위를 일삼으며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하고 있는 국내 대형 콘텐츠 사업자는 불합리한 사용료 인상, 불공정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IPTV 3사)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국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인터넷TV(IPTV)사업자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와 한국IPTV방송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CJ ENM이 제시한 콘텐츠 수수료 25% 인상안을 두고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CJ ENM은 즉각적으로 IPTV 3사는 가입자들에게 받은 채널수신료 매출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중 불과 16.7%만을 PP에 지급하고 있으며, 그간 지나치게 저평가돼 온 ‘콘텐츠 제값받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내용의 반박 성명을 내면서 맞불을 놨다.
CJ ENM은 일부 IPTV의 경우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겐 파격적인 수익배분을 해 주면서 국내 방송사의 콘텐츠 평가에는 여전히 인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관련 업계는 이같은 갈등이 ‘선공급 후계약’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선공급 후계약은 PP가 IPTV를 포함한 유료방송사업자(SO)에게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고 하반기가 돼서야 계약을 맺는 방식을 말한다. 2013년 종편과 플랫폼사가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을 처음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연돼 연말에서야 체결된 것이 계기가 돼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은 콘텐츠 투자 위축, 제작 역량 저하 등을 가져와 결국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안정적인 제작비 리쿱 구조는 양질의 콘텐츠 생산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국회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선공급 후계약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여야가 공통된 시각을 보였다.
다만 해당 법안은 지난달 말 열린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 개정으로 중소 PP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IPTV사들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한정된 예산 하에서 대형 PP들에게 먼저 사용료를 지급하고 나면 중소 PP들에게 돌아갈 몫이 남지 않을 거란 논리다.
그러나 IPTV사들의 주장은 시장 전체 파이를 결정하는 실질적인 권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콘텐츠 사용료를 늘리는 것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도 싫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IPTV사들 역시 ‘선공급 후계약’ 관행 개선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점, 여야 공감도 이뤄졌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불합리한 관행 개선에 대한 논의는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선공급 후계약 관행에 대해서 '사전계약'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불합리한 관행을 묵인해 콘텐츠 시장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