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적용 예정···하나카드, 카드론 비중 9.5%로 최고
롯데카드, 카드론 취급액 증가율 30.61%로 1위···타격 불가피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지난 1분기 호실적을 거뒀던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금융당국의 규제에 의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카드사들이 늘어나는 가계 대출 수요에 발맞춰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영업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론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카드사들 중 카드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하나카드, 롯데카드 등이 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카드론을 포함시킬 방침이다.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당장 오는 7월에 시행되는 DSR 강화 방안에는 카드론을 포함시키지는 못했지만 내년까지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DSR은 모든 신용대출 원리금을 포함한 총 대출 상환액이 차주의 연간 소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그동안 DSR은 금융회사별로 적용돼 왔으나 정부는 단계적으로 차주 단위로 DSR을 적용할 계획이다. 만약 카드론이 DSR에 포함된다면 이미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차주들은 카드론 이용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들에게 카드론을 제공하며 실적을 쌓아왔던 카드사들의 영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7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 중 신한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는 전체 영업에서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 1분기 총 2조7713억원의 카드론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전체 실적(신용판매, 할부금융, 일반 대출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7%로 지난해(7.15%)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7.11%)와 비교해도 신한카드의 카드론 의존도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카드론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은 하나카드로 확인됐다. 하나카드는 지난 1분기 12조8779억원의 영업 수익을 거뒀으며 이중 9.5%(1조2209억원)가 카드론에서 발생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전체 실적에서도 업계에서 가장 높은 카드론 비중(8.8%)을 기록한 바 있다.
하나카드는 이러한 카드론 영업 확대, 비용 절감 등에 힘입어 업계 중위권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분기 하나카드는 7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우리카드(720억원)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카드론 규제가 본격화되면 경쟁사에 비해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어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카드의 경우 전체 실적에서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5.4% 수준이다.
업계 ‘탈꼴지’를 노리고 있는 롯데카드도 카드론 규제에 취약한 상황이다. 1분기 기준 롯데카드의 카드론 비중은 8.36%로 하나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으며 카드론의 증가 속도는 업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롯데카드의 카드론 취급액은 1조577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2081억원)보다 30.61%나 증가했다. 이는 업계 전체의 증가율(12.29%)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카드론 비중 역시 지난해 말 7%에서 1분기만에 1.36%포인트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등의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는 있다”며 “다만 수익성 다각화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의 호실적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