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 ETF와 '액티브' 투자 혼합···아크ETF 성공 국내에서 재현될까
각종 규제에 성공 가능성 낮다는 지적도···높은 운용보수 논란도 지속

5월 25일 신규 상장한 8종의 주식형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5월25일 상장한 주식형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8종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주식형 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 8종이 한국거래소에 신규 상장되면서 국내 액티브 ETF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주식형 액티브 ETF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에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주식투자 운용을 혼합한 ETF다. 해외에서는 이미 ETF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사의 액티브 ETF가 높은 수익률로 서학개미에게 유명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 등으로 주식형 액티브 ETF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앞서 지난해 출시한 3종의 주식형 액티브 ETF 역시 차별화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자산운용사들이 높은 수수료만 챙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초과수익목표’ 액티브ETF 8종 '출격'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4개 자산운용사가 각 2종씩 준비한 주식형 액티브 ETF 8종이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ETF는 시장 지수에 맞춰 자산을 배부하는 인덱스펀드를 주식종목처럼 거래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ETF는 지수에 따라 자산이 자동적으로 재분배되고 시장수익률에 수렴하는 ‘패시브’ 투자에 해당하며 수익률은 시장수익률을 추종한다.

액티브 ETF는 패시브 성격의 ETF에 펀드매니저 고유의 자산운용 전략을 가미한 것이다. 액티브 ETF는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자산운용사의 운용능력에 따라 종목별로 운용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해외에서는 액티브 ETF가 대세다. 미국에서는 신규 ETF 가운데 액티브 ETF 비중이 올해 4월 기준 60%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액티브 ETF가 채권형(채권+ETF)에 대해서만 허용됐었다. 현재 상장된 채권형 액티브 ETF는 총 11종이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는 테슬라 등 나스닥 기술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액티브 ETF가 높은 수익률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서도 주식형 액티브 ETF 상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하반기부터 주식형 액티브 ETF의 상장을 허용했다. 이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와 ‘KODEX K-이노베이션액티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등이 상장에 성공했다.

이날 8종의 주식형 액티브 ETF가 추가 상장되면서 국내에서는 주식형과 채권형 액티브 ETF가 각각 11종으로 균형을 이루게 됐다.

국내 시장에서 주식형 액티브 ETF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도 현재 올해 상장을 목표로 주식형 액티브 ETF를 준비 중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규제 및 수익률 논란···운용보수 비판도

주식형 액티브 ETF가 쏟아질 예정이지만 일각에서는 각종 규제 때문에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그치지 않고 있다.

규정상 국내에서는 주식형 액티브 ETF가 추종지수와 상관계수가 0.7 이상을 유지해야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다. 전체 자산의 70%는 패시브 성격의 ETF를 기본으로 하고 30% 운용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자산운용사의 운용역량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셈이다.

국내 ETF는 규정상 의무적으로 매일 자산구성도 공개해야 한다. 자산운용사가 어떤 운용 전략을 사용하는지 모든 데이터가 공개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상관계수 의무규정이 없으며 운용 내역을 지연공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 출시됐던 주식형 액티브 ETF 3종을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비교해보면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

지난해 9월 상장한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와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의 경우 전날 종가 기준 상승률이 각각 36.35%, 39%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최대 패시브 ETF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ETF의 상승률 36.69%와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KODEX K-이노베이션액티브 역시 전날 종가기준 상승률이 11.2%로 오히려 KODEX200 ETF의 상승률 13.43%를 근소하게 밑돈다.

반면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의 운용보수는 패시브 ETF보다 월등히 높게 책정됐다.

이날 출시된 8종의 주식형 액티브 ETF의 경우 운용보수가 0.45~0.72%에 달한다. TIGER 글로벌BBIG액티브의 경우 운용자산의 일부를 타 ETF에 투자하는 재간접 ETF라 투자자가 피투자 ETF의 보수도 부담하는 이중보수에 해당한다.

반면 KODEX 200 ETF의 운용보수는 0.15%다. 경쟁 ETF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의 운용보수는 3분의 1인 0.05%이고 KB자산운용의 코스피 200 ETF 상품의 경우 운용보수가 최저 0.012%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이 주식형 액티브 ETF를 통해 패시브 ETF 대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지 못하지만 월등히 높은 운용보수를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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