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해외 투자 강행시 노사 미래 공존 불가능”

현대차 노조는 25일 울산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투자 계획에 반대했다. / 사진=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는 25일 울산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사측의 일방적 미국 투자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현대차 노조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해외 공장보다 국내 공장 우선 투자를 약속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8조원 상당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자 국내 투자가 먼저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25일 현대차 노조는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은 국내공장 우선 투자를 기반으로 한 미래 특별 협약을 체결한 후 해외공장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순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해외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은 불가능하다”면서 “무분별한 해외 투자는 국내 제조산업 붕괴와 울산시 공동화, 조합원과 부품협력사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 협약 체결 요구는 단순히 우리만 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현대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 시킨 울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4차산업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수소전기차,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을 울산을 중심으로 전주, 아산, 남양 지역에 투자해달라고 요구했다. 울산시에는 현대차가 지역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유용부지 무상제공, 세제혜택, 규제완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사측의 미국 투자에 대해 “일방적인 해외투자 발표를 단행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이는 작년 회사가 제안한 2025 전략에도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며, 단체협약 조항에 따라 노사간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고 반발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등 2025년까지 5년간 74억달러(한화 약 8조1400억여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은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 이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즉 미국 투자에 따른 국내 생산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국내 고용에도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미국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은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전기차 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미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으로 급성장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1740억달러(약 197조원)를 배정했으며, 2030년까지 충전 시설 50만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에서 지원하는 전기차가 현지 생산 차량으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는 정부 기관 고용차량 44만대를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미국 현지 생산 부품의 50%가 들어간 미국산 전기차를 우선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미자동차노조도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노조의 해외 투자 반발에 따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도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을 골자로 임단협 요구안을 제시할 계획인데, 요구안에는 임금인상과 함께 고용안정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노조가 임단협 과정에서 미국 투자를 빌미로 다른 요구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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