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 커버리지 비율도 45%p 하락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금융지주가 글로벌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NPL)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손충당금 적립비율(NPL 커버리지 비율)이 크게 하락하는 등 손실흡수력이 저하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경쟁사 수준으로 손실흡수력을 끌어올리려면 1조원의 충당금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부실채권 비중,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아···NPL 커버리지 비율도 최하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3월 말 전체 여신 중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0.82%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0.03%포인트(p) 올랐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장 낮은 우리금융(0.39%) 대비 두 배가 넘는다.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부실채권 비중 수치가 작년 말 대비 악화된 곳은 KB금융 뿐이다.
KB금융의 부실채권 비중이 커진 이유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진행한 글로벌 사업 확장 때문이다. KB금융은 작년 4월 캄보디아 최대 소액대출기관인 프라삭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8월 말에는 인도네시아 중형급 규모인 부코핀 은행을 사들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코핀은행의 부실채권 비중은 29.8%에 달했다. 부코핀은행의 총 대출채권의 규모는 4조3000억원 가량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약 1조3000억원이 부실채권으로 분류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KB금융은 2019년 말까지만 해도 부실채권 비중이 0.48%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작년 말 0.79%로 급등했고, 이 여파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부실채권 증대로 인해 손실흡수력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KB금융은 2019년 말까지만해도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비율(NPL 커버리지 비율)이 149.16%를 기록하면서 업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110.75%로 40%p가까이 크게 하락했다.
올해 3월 말 이 수치는 105.44%로 작년 말 대비 5%p 추가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KB금융의 3월 말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3조1310억원이며, 전체 대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잔액은 3조3015억원이다. 이에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은 손실흡수력을 기록했다. KB와 리딩금융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금융(157.09%)의 NPL 커버리지 비율 대비 50%포인트(p) 넘게 차이가 난다. 우리, 하나와 비교해도 25%p 넘게 낮다.
◇ 충당금 더 쌓으면 실적 감소 불가피···KB금융 “손실흡수력 문제없는 수준”
KB금융의 NPL커버리지 비율을 타 금융지주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이러면 실적 감소는 피할 수 없다.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은 대출채권과 채무증권 등 금융자산 가운데 미래에 회수가 불가능한 액수를 예측해 손실을 미리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회계기간 동안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 당기순익도 줄어든다.
물론 통상적으로 NPL 커버리지 비율이 100%를 넘기면 부실채권 급증으로 인해 발생할 손실에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본다. 이를 비춰볼 때 KB금융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라는 맥락을 고려하면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들은 코로나 충격으로 부실규모가 급증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크게 늘렸다. 이에 신한·하나·우리금융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일제히 140%를 넘겼다. 부실채권 규모보다 많은 충당금을 쌓아 손실흡수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KB금융도 대규모 코로나 충당금을 쌓았다. 하지만 해외 금융사 M&A로 인해 급증한 부실채권을 모두 커버하면서 코로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 여력을 확보하는데는 규모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이 NPL 커버리지 비율을 타 금융지주 수준인 14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손충당금 잔액은 약 4조4000억원이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충당금 잔액 보다 1조원 정도 많아야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건전성 관리가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는 KB금융이 NPL 커버리지 비율을 낮게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KB금융의 1분기 충당금 규모는 작년 동기에 비해 오히려 28% 줄었다.
KB금융은 현재 손실흡수력은 아직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확장으로 부실채권 규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다”라며 “충당금도 보수적인 기준에 입각해 쌓고 있고, 코로나 사태도 완화되고 있기 때문에 건전성 관리도 문제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