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OLED 투자 화웨이 악재에 공급과잉
정부 지원 노리며 차기 기술 도입 모색
잉크젯 프린팅 양산 기술은 아직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LCD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패널 업계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방향을 두고 고심 중이다. 그동안 주력했던 중소형 OLED는 화웨이 사업 축소로 위기인 반면 LCD는 호황기에 돌입하는 등 신사업 추진 변수가 커졌다. 정부 지원을 노리며 추진중인 차세대 OLED 기술은 아직 상용화 시점이 요원하다. 선두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가 QD디스플레이 생산을 시작하는 올 연말 이후가 중국 패널 기술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패널 2위 제조사 CSOT가 대형 패널 사업에서 잉크젯 프린팅 OLED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가운데 진공증착 방식의 WOLED 기술 개발을 차선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SOT는 현재 증축 중인 광저우 T8 신공장을 중심으로 잉크젯 프린팅 OLED 생산라인을 구축해 2024년 가동에 나선다는 목표다. 지난해 관련 기술을 확보한 일본 JOLED에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다만 아직 상용화가 요원한 기술인 데다가 최근 시황 변수가 생기면서 차선 기술도 검토중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당초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 로드맵을 구성했지만 아직 선두 업체들도 개발 단계에 있는 상황"이라면서 "자국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여러 대안을 두고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CSOT가 추진하는 잉크젯 프린팅 방식은 발광 소재를 노즐로 미세하게 기판 위에 분사하는 기술이다. 기존 진공증착 방식보다 공정이 간단해 비용절감에 이점이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양산 단계에 적용한 업체는 일본 JOLED가 대표적이다. JOLED는 5.5세대 공장에서 중소형 사이즈 패널 등을 양산했다. 다만 아직 수율이나 노즐 막힘 등 문제로 TV 양산 공정엔 도입되지 않았다.
중국 1위 패널 제조사 BOE도 중국 푸저우 B15 신공장 투자 계획을 밝힌 지 약 3년이 지났지만 아직 투자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다. 현재 WOLED와 잉크젯 프린팅 등 여러 방식을 두고 투자 계획을 전면 검토 중이다. 관련업계는 6세대 공장이 증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큰 손인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부침을 겪게 되면서 투자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 증설 중인 6세대 충칭 B12 공장 일부 라인도 추가 투자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패널 업계는 6세대 OLED 투자 막바지 단계다. 정부의 신규 투자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대형 OLED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이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형 패널 시장에서 LCD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연말 QD디스플레이 양산에 나서는 등 변수가 커지는 상황이라 중국 패널 업계 고민도 커졌다.
전세계 LCD 패널 가격은 국내 패널 업계 생산 감축, 부품 부족,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요 확산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름세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 1분기 TV 주요 부품인 32~65인치 LCD 패널 가격은 전 분기 대비 평균 14.5% 오른 데 이어 2분기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시황 개선에 힘입어 CSOT는 올 1분기 LCD 사업에서 16억7530만위안(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118% 급성장했다.
중국 업계가 그간 수익성만 깎던 대형 LCD 사업이 정상화하고 고부가 LCD 수요가 늘면서 당분간 관련 투자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 연말 선두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QD디스플레이 양산에 돌입하는 점도 변수다. 일각에선 올 연말 양산을 시작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가 중국 패널 업계의 기술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조차 아직 개발 중인 기술을 중국 패널 업체들이 성공적으로 양산에 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면서 “올 연말 이후 QD디스플레이의 사업 성과가 중국 대형 패널 사업 방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