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업계 “정부 개입해야”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IPTV·SO·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 TV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유료방송사업자와 TV홈쇼핑사업자 간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송출수수료 산정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필요하단 주장이 나왔다.
김정현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20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와 한국방송학회 공동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유료방송 생태계 내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 방안’ 세미나에서 “TV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유료방송사업자 간 또는 TV홈쇼핑사업자 간 경쟁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상품 제조·유통·판매사업자에 대한 판매수수료 인상과 홈쇼핑 상품 가격 인상으로 전가돼 소비자 후생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시장의 사적 거래에 해당하는 송출수수료 결정은 사업자 간 자율적 협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부의 공적 개입과 중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확한 시장실패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의 직접 개입과 송출수수료 규제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이해당사자 간 협상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일정 정도 정부의 공적 개입과 중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가 판매수수료는 규제하면서 송출수수료는 그대로 놔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며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결정 가이드라인 등을 통한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실에서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사업자 간 거래는 채널(번호) 배정과 송출수수료 결정이라는 두 가지 문제와 모두 관련돼 있으므로, 이들 문제에 대한 해법을 동시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결정 방안에 따르면 먼저 홈쇼핑사업자 전체가 유료방송사업자 전체에게 지급해야 할 송출수수료 ‘총액’의 적정 수준을 결정한다. 이 때 송출수수료 총액은 홈쇼핑PP에게 발생하는 순증이익을 절반으로 나눈 값이 된다.
이어 유료방송사업자들이 홈쇼핑사업자들에게 방송에 사용할 채널(번호)들을 몇 개의 등급으로 나누어 그룹화하고 자체적으로 경매를 실시해 각 등급의 가격, 즉 송출수수료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송출수수료 총액에 대해 모든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시장에서 가입자 수 기준 시장점유율에 따라 각자의 몫을 배분 받는다”면서 “이 시나리오 하에선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사업자가 협상테이블에 마주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모델을 제시하면서 “각 플랫폼 사업자가 수취하는 실제 홈쇼핑 송출수수료 총액의 증가율이 이론적으로 도출한 해당 사업자의 적정 홈쇼핑 송출수수료 총액 증가율을 상회하지 못하도록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고 보완하는 방안, 이를 분쟁 발생 시 조정 과정에서 기준점으로 삼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TV홈쇼핑업계 측은 환영한 반면 유료방송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은 “이 같은 모델은 송출수수료 자체가 과도하게 인상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제학적 분석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델 자체는 구체적으로 논의하더라도 정부와 사업자들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정책적 진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반면 고흥석 한국IPTV방송협회 정책기획센터장은 “IPTV사업자 입장에선 가입자 증가로 홈쇼핑사업자의 매출 성장에 기여해왔다고 생각하는데,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성춘 KT 전문위원은 “수수료 자체가 사적계약의 영역인데 그 영역에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 제시했다는 점 의미가 크다”면서도 “이 모델은 올해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가입자 가치를 적절히 반영했다는 것에 대한 합의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내년 순증이 감소하게 돼 송출수수료를 사업자에게 보전해주는 상황까지 간다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하나 이 모델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는 순증은 사후적으로 정산이 돼야 나오는 것이며 플랫폼에 채널 배정하는 것은 사전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올해 채널을 얼마의 가치를 가지고 하는 건데, 사후적으로 정산해서 한다는 건 시차적으로 모순이 발생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유료방송사업자의 송출수수료 의존도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송출수수료 결정은 사업자 간 자율영역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남영준 과기정통부 OTT활성화지원팀장은 “유료방송플랫폼에서 송출수수료 의존도가 증가하는 것은 분명하고 이는 바람직하진 않다. 송출수수료 올라가게 되면 유료방송 생태계 내 부정적인 영향 미칠 수 있을 것. 판매수수료에 정부가 일정부분 규제하는 것에 반해 송출수수료는 가이드라인 외 별도 수단이 없다 보니 비대칭적 규제가 있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며 “송출수수료로 인해 사업자 간 계약 이뤄지지 않으면 방송이 중단될 수 있고 이는 시청자의 시청권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즉 방송 생태계 자체에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본적으로 송출수수료 사업자 간 자율영역이라 생각. 협상 절차가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이런 가이드라인 실효성 강화하기 위해 재승인, M&A 등 가이드라인 준수 의무를 조건으로 부과한 바 있다”며 “김 교수의 발표에 대해 정부 입장에선 합의가능한 안이 있다면 그것을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그 안을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허성욱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날 축사에서 “사업자 간 대가 산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송출수수료가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이에 대한 사업자 간 이해가 갈리다 보니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며 “그동안 정부는 대가 협상은 시장 자율에 맡긴다 생각해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공정한 협상이 이뤄지도록 하는데 치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갈등 심화되면서 유료방송에 대한 상생과 발전을 위해선 업계가 소통을 위해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