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내 반발에 규제 완화 규모 축소 움직임···20일 전체 회의서 결론 못 내
김 위원장 “사안 민감해 언론 접촉 차단”···전문가 “어떤 대책도 실효성 없을 것”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4·7 재보궐 선거 이후 여당 내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찬반의견이 쏟아지면서 정책 혼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완화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당내 반발로 주춤하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진표 의원은 “당 내에서 합의된 의견이 나오기 전까지는 관련 언급을 자제해 달라”며 입단속에 나섰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부동산 특위는 이날 오후 전체 회의를 열고 부동산 정책 전반에 관한 논의를 했다. 당초 회의에서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확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최근 민주당이 부동산 특위 위원장을 진선미 의원에서 김진표 의원으로 교체한 이후 큰 폭의 부동산 규제 완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을 맡으면서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겠다는 의향을 비쳤고, 송영길 대표는 완화에 방점을 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현실화 가능성을 거론했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세금 부담이 커진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내집 마련이 힘들어진 무주택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당 내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금 집값 안정의 중대 기로에 서 있는데 자칫 섣부른 완화책을 내놓았다가 시장이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자칫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며 “세제 부분도 정말 서민에게 부담일 정도의 세금 인상이 있었다면 환급도 가능하기에 집값이 안정된 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값을 잡지 못해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고 그 때문에 보궐선거에서 우리가 패배했다”며 “집값 안정 없이 세금 몇 푼 깎아준다고 해서 다음 대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규제 완화에 관해 “모든 규제를 완화해서는 안 되고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보유세 강화에 비례해 완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며 “거래세 완화는 보유세 증가가 전제돼야 균형에 맞고 재산세는 보유세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건드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양도세도 소득세이기 때문에 약화시켜선 안되고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내 논의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투기 수요를 잠재우기 위해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고 대출을 쪼이는 정책을 취해왔다. 집값이 잡히지 않자 공급확대를 추가로 제시했지만 규제 강화라는 정책의 기본적인 큰 틀은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부동산 특위가 규제 완화에 방점을 둔 논의를 진행하면서 자칫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뒤집는 방향으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 의원은 “당 내 논의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뒤집기라고 보는 시각은 부동산 부분이 완화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며 “당 논의 내용이 정부 정책과 달라질 건 없으며 원칙적으로 당에서 부동산 정책 기조를 흔드는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당내 부동산 정책 논의가 온탕냉탕을 오가면서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불안감만 올라가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당정에서 정리해 얘기해야 하는데 자꾸 내부 분열의 인상만 주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입단속에 나섰다. 김진표 위원장은 “지금 내가 언론 접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며 “그게 언론이나 국민에 대해서 예의를 지키는 길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내에서 매일 하루 네 다섯 시간 회의를 거듭해가면서 쟁점을 정리하고 토론하는 과정이고 아직 아무 제안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 문제는 다른 현안과 달리 워낙 민감한 사안이고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데 위원장인 내가 개인 의견을 얘기하거나, 결정되지 않은 안들이 언론에 보도돼 사회적 논쟁과 토론을 거듭하면 할 수 록 우리 사회 전체 비용만 증가하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당내에서 의견이 나올 때 까지는 이제 이 얘기는 일체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토론을 최대한 진행해 이달 말 합의해 발표할 수 있는 부분만 발표하고 나머지는 다음달로 넘겨야 한다”고 했다. 모든 게 바뀔 수 있고 모든 게 검토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심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어떤 부동산 대책이 나와도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부동산 정책이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해 원점에서 검토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보험료 인상, 기초수급 차단, 대출 규제로 주택구입 제약 등 부동산 규제로 피해 본 사람들을 구제하는 방향 정도가 될 것”이라며 “지금 어떤 부동산 정책이 나오더라도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짜 서민을 위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정해야지 표 계산하다 립서비스 식으로 마무리된다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은커녕 악효과만 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