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구역 지정 기준 완화···2종 일반, 7층 제한 폐지도 거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기준 강화···조합설립보다 더 앞당겨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택공급 정책 방향이 과열된 재건축 대신 재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장기간 사업에 차질을 빚은 재개발 사업지를 대상으로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의 완화잭을 시행한다고 밝히면서다. 반면 재건축에 대해선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기를 앞당기는 등의 규제책을 추진한다. 규제 완화 전 투기세력이 몰리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게 오 시장의 구상이다. 

◇노후도 기준 완화, 민간 재개발 숨통 트이나···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제한 폐지도 유력

20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주거정비지수제 개선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주거정비지수제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25년 기본계획을 만들면서 도입됐다. 해당 구역 주택의 노후도와 주민 동의율 등을 따져 100점 만점에 70점을 넘기지 못하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하지 않는 것이 주요 골자다. 30년 이상 된 건물 동수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하고 동시에 연면적은 6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업계에선 과도한 규제 정책으로 그동안 막혀 있던 민간 재개발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 시장 역시 주거정비지수제가 있는 한 뉴타운 해제구역은 물론 신규 구역도 정비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지난 17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의 주택공급 확대 의지를 밝힐 수 있는 재개발 대책을 준비 중이다”며 “주거정비지수 개선 등을 포함한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일주일 내지 열흘 내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2015년 이후 재개발 신규 구역 지정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노후도 등에서 정비 시급성이 큰 재개발 규제완화부터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제한 폐지’도 유력한 재개발 완화 방안으로 꼽힌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취임 100일 이내에 도시계획 조례 개정으로 서울시에만 존재하는 7층 고도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인 곳들이 중랑구 묵동, 중화동과 성북구 장위동처럼 뉴타운을 추진하다 해제된 지역들이다. 그는 “해제지역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 가운데에서도 7층 지역으로 규제가 강화됐다”며 “일반주거지역에서의 7층 지역의 존재는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가장 큰 도시계획 규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재건축 조합원 양도 금지’ 시점 더 앞당길 듯···사업 위축 등 부작용 우려도

재개발 완화책과 함께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와 관련된 기준을 강화하는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재건축 단계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수립→재건축 안전진단→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추진위원회 승인→조합설립 인가→시공사 선정’ 등이다.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에서는 조합설립 이후부터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하지만 조합설립이 되기 직전 ‘막판 거래’가 몰리며 집값을 띄워놓는 부작용이 발생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시는 조합원 분양이 가능한 시점을 정비구역 지정 이후로 당긴다는 계획이다. 사업 초기 단계에 거래 제약을 둬 재건축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오 시장 취임 직후인 지난달 국토부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도정법 개정을 건의했다. 당초 국토부는 법 개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불씨를 지핀 상황이다. 노 장관은 전날 열린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민간 재건축 등은 투기수요 유입과 과도한 개발이익에 따른 시장 불안 우려가 없도록 정교한 안전장치를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고민해 나락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제도 시행에 앞서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너무 앞 단계에서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해 버리면 재건축 사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고, 법 개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 매수세가 붙어 집값이 뛸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부작용을 막을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밀안전진단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과 달리 재건축 조합원 분양 자격을 제한하는 조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다양한 변수들이 튀어나올 것”이라며 “재건축 사업 단지들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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