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그룹 장녀 이경후·장남 이선호, 증여로 우선주 확보→경영 복귀 및 승진→우선주 추가 매입 행보
재계 전반적으로 무리한 행보보단 안정적 잰걸음 승계 선호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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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최근 몇 년 새 재계의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인물들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들은 무리한 세대교체에 나서기 보단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가며 서서히 영향력을 확보해가는 모습이다.

20일 CJ분기보고서 및 재계에 따르면 이재현 CJ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과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올 1분기 CJ4우(CJ신형우선주)를 추가 매입했다. 이 부사장은22.72%에서 23.95%로, 이 부장은 22.98%에서 24.84%로 각각 늘었다.

재계에선 이 같은 움직임을 향후 경영권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CJ4우는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현재 두 남매의 CJ 지분은 1~2%대에 불과하다. 아직 오랜 시간이 남았지만 미리 경영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CJ그룹은 아직 3세 경영이 이뤄지고 있진 않지만 서서히 승계를 위한 준비 작업을 착실히 해나가는 모습이다. 이재현 회장은 2019년 이경후 부사장과 이선호 부장에게 CJ신형우선주를 증여했다가 취소한 후 2020년 재증여했다. 주가를 비교했을 때 재증여를 통해 절세를 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후 두 남매는 승진 및 경영복귀로 그룹 내 입지를 확보해 나갔다. 이 부사장은 2020년 12월 CJ ENM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이 부장은 당시 인사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19년 액상 마약을 국내에 몰래 들여오려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경영에서 물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해인 올해 1월 CJ제일제당 부장으로 복귀했다. 비록 임원인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경영에 복귀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CJ는 차근차근 세대교체를 위한 준비를 해나가는 모습이다. 이 부사장은 1985년생, 이선호 부장은 1990년생이다. 일반 직장인과 비교해선 빠른 승진이지만 임원부터 사장까지 ‘초고속승진’이 기본이었던 과거 재벌 행태와 비교하면 더딘 편이다. 무리한 승계보단 차근차근 영향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1983년생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도 사장 승진을 하기 전까지 내실을 다지며 그룹 내 영향력을 확보해왔다. 전무에서 부사장 승진까지는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보통 오너일가 자제의 경우 초고속 승진이 당연시 돼 왔는데 김 전무는 올해 4년차 전무다.

◆한화그룹도 초고속승진 지양···SK그룹은 승계 논하기 일러

지난 2018년 한화그룹 인사 당시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승진자 명단에서 빠진 것과 관련, 일각에선 승진에서 누락된 것 아니냐고 했지만 한화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은 이를 무리한 승진을 피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화 내부에 따르면 전무에서 부사장 승진까진 4년이 걸리는데 당시 김 전무는 3년차였다. 4년차가 되는 이듬해 2019년 그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한화솔루션 사장으로 승진해 우주산업 등 한화그룹 미래먹거리 부문을 키우는데 매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무리한 승계에 나서지 않고 김 사장을 비롯해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와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가 각자 영역에서 차근차근 영향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업종이 달라 부딪힐 가능성도 낮아 사실상 각자 자신과의 싸움으로 조직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SK그룹의 경우 아직 세대교체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회장이 1960년생으로 다른 4대그룹과 달리 아직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다. 최 회장의 장녀 최윤경씨(1989년생)와 차녀 최민정씨(1991년생)는 각각 SK바이오팜과 SK하이닉스에 몸담고 있지만 아직 경영수업 중이다.

오너일가를 가까이서 봐 온 한 재계 인사는 “초고속 승진보다 밖이나 안에서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승진 및 승계가 이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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