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공백 장기화시 금융사 불확실성 증대···후임 인선 서둘러야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관치금융, 정치금융, 금융사와의 전쟁 등 금융산업과 관련된 문재인 정부의 부정적 키워드는 여러 가지가 있어왔다. 하지만 그 중 취임 당시부터 임기 말에 접어드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아마 ‘금융홀대론’일 것이다.

금융홀대론이 가장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 해인 2017년이다. 전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하고 곧장 임기를 시작했던 문 대통령은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을 시작으로 빠르게 청와대 및 정부 부처의 수장들을 선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 정책을 이끌어 가야할 금융위원장은 장관급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2개월이 지나도록 정해지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가 다른 분야에 비해 금융 산업에 소홀히 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들이 하나 둘 제기됐다.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금융계 인사들이 제외됐다는 사실 역시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임명되고 이듬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거 동행하면서 이러한 우려들은 잠시 불식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주요한 사안 사안이 있을 때마다 반복적으로 현 정부의 금융홀대론은 꾸준히 언급돼왔고 현 정부의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현재 다시금 업계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 내리고 있다.

이번에는 정권 초기와 비슷하게 인사 지연으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경제라인 개각이 한 차례 미뤄지면서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인선이 정리가 안되자 다른 금융기관의 후임 인선도 정체되고 있다.

내달 4일 임기가 만료되는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의 후임 인선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보다 앞서 지난 7일 퇴임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자리도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있다.

특히 금감원장의 자리는 금융사들의 경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인선이 지연될수록 금융사들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종합검사와 제재심의위원회 등은 기관장의 성향에 따라 검사 수위, 처벌 수위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신임 원장이 와야 대응 방안을 보다 효율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문제도 있다. 금소법은 지난 3월 시행 이후 약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금감원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계도가 이뤄져야 하지만 수장의 공백때문인지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일부 업계에서는 점차 현장의 영업 방식이 금소법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금감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김근익 수석부원장은 18일 임원회의를 통해 연간 검사계획에 따라 종합검사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라임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제재 및 분쟁조정도 당초 일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행 체제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식 금감원장 권한으로 결정을 내려도 많은 논란이 일었던 금융사 CEO중징계 등의 사안을 대행 체제에서 처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임기 1년짜리 금감원장을 희망하는 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후보자 물색이 쉽지 않을 수는 있다. 그렇다면 내부의 인력을 발탁하는 방식을 활용해서라도 수장 공백을 최소화해 금융업계의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