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오뚜기·삼양식품 1분기 실적 전년 대비 일제히 하락
라면값 상승 필요성은 공감하지만···“아직 검토 하고 있지 않다” 밝혀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라면업계 빅3(농심·오뚜기·삼양식품) 실적이 일제히 하락했다. 코로나 특수로 라면 수요는 커졌지만 원재료 값이 크게 늘면서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라면 3사는 ‘가격 변동 없이 판매’를 고수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라면값 인상이 불가피해 서로 눈치싸움만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오뚜기·삼양식품 1분기 실적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농심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7%, 55.5% 줄었다. 오뚜기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26% 하락했다. 삼양식품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46% 줄었다.

1분기 실적 하락에 대해 라면업계는 “코로나19로 라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 인건비 및 판관비 증가 등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2020년, 2021년 1분기 실적 비교.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2020년, 2021년 1분기 실적 비교.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실제 식품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수입되는 곡물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라면 주원료인 소맥분은 최근 1년 사이 40%가량 올랐고, 팜유 가격도 10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1년간 82%가량 급등했다.

이로써 업계에서는 라면값 상승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일부 식음료업체들은 연초부터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통상 식품업계는 특정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동종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한다.

다만 라면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라면 가격은 곧 장바구니 물가와 연관되기 때문에 섣불리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오뚜기가 올해 초 진라면 가격을 9% 인상하겠다고 했다가 철회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형마트들도 아직 라면값 상승 관련 공문을 받지 않은 상태다.

라면 3사 입장에서도 라면 값이 오르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뜻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한 예로 2016년 12월 라면 값을 인상했던 농심은 2017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 감소해 실적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현재 라면업계는 수년 째 라면 가격 동결을 유지하고 있다. 오뚜기는 2008년 3월 진라면 가격을 올린 이후로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고, 농심과 삼양식품도 각각 2016년, 2017년 가격을 올린 이후 수년째 동결 상태다.

다만 라면 가격을 현재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 장기화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인상이 라면값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 주재료의 가격이 1년 사이 많이 오른 상황이라 조만간 가격 상승될 것으로 보인다”며 “라면 제조사끼리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만큼 내부에서도 부담이 큰 상황이긴 하지만 가격 인상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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