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애플향 매출 비중 72%...전년 比 8.5%p↑
전장부품 매출은 완성차 생산 차질로 변수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LG이노텍이 ‘큰 손’ 애플과의 거래를 통해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그만큼 매출 편중은 더 커졌다. 올해 카메라모듈 사업은 고부가 제품 공급이 늘고 경쟁사 중국 오필름이 애플 공급망에서 탈락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대로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던 전장 사업은 완성차 업계 생산 차질로 인해 외형 성장에 변수가 생겼다. LG이노텍은 ToF(비행시간, Time of Flight) 등 기술로 증강현실 등 신시장 공략에 나섰다.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LG이노텍이 ‘주요 고객A’에 카메라모듈 등을 공급하며 벌어들인 매출은 2조2216억원이다. 전사 매출 3조703억원 가운데 72.4%다. 1년 전 같은 기간 이 고객사로 매출 비중은 63.9%다. 올 1분기엔 이 비중이 1년 전보다 8.5%포인트 더 오른 셈이다. LG이노텍이 주요 고객사 1개사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액은 2019년 1분기 6016억원, 지난해 1분기 1조2842억원으로, 매년 1분기마다 2배씩 뛰었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아이폰용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며 가세를 키웠다. 지난해 한해동안 애플 관련 매출은 6조원대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LG이노텍이 카메라모듈과 비행시간거리측정(ToF) 모듈 등을 공급한 아이폰12 시리즈 상위 모델이 잘 팔렸다.
LG이노텍은 ‘큰 손’ 애플 덕분에 외형 성장을 거듭했다. 한 식구인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해 철수 수순을 밟는 동안 애플에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면서 지속적인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실적이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커졌다. 지난해 광학솔루션 매출 비중은 71%, 영업이익 비중은 65.7%에 달했다.
올해 애플 내 LG이노텍은 아이폰 카메라모듈 비중 확대 기회를 맞았다. 아이폰 카메라모듈 공급을 두고 경쟁하던 중국 오필름이 지난 3월 이후 애플 공급망에서 탈락하면서 LG이노텍과 샤프 등이 당분간 대체 물량을 소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월 LG이노텍은 물량 대응을 위해 광학솔루션 사업에 5478억원 규모 시설 투자를 결정했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설비투자를 2019년 2821억원, 지난해 4798억원으로 지속 늘려왔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3 시리즈에서 폼팩터 변화는 크지 않지만 카메라 사양은 상향될 것”이라면서 “센서시프트 및 ToF 적용 확대로 카메라 공급망 구조 변화에 따른 부정적 요인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애플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높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LG이노텍 전체 사업 실적과 인력 규모는 아이폰 신제품 흥행 여부에 따라 크게 요동친다. 지난 2019년 1분기 LG이노텍은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11분기만에 114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한 기판소재 사업도 꾸준히 매출이 성장했지만, 카메라모듈 사업의 성장률엔 못 미치면서 사업 편중이 지속됐다.
여기에 LG이노텍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 사업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변수가 생겼다. LG이노텍은 전장부품사업에서 차량용 모터와 카메라모듈, 통신모듈 등 사업에 주력한다. 올 1분기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은 약 3년 만에 107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며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2분기는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시황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에 복수의 증권사들은 2분기 LG이노텍의 전장 매출이 전 분기 대비 4~6% 소폭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10억원 수준으로 손익분기를 넘기거나 다시 적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 연구원은 “전장 사업은 올 1분기 일부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흑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꾸준히 공급선 다변화에 공들이고 있다. 최근 들어 애플에 ToF 모듈을 공급한 이력을 살려 사업 보폭을 확대하는 추세다. LG이노텍은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에저 클라우드용 3D센싱 부품인 ToF 모듈 개발과 공급에 협력하기로 했했다. 향후 AR과 VR 수요가 확산되면서 ToF 기술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모바일 증강현실(AR) 생태계를 이끄는 과정에서 LG이노텍이 ToF 방식 3D 센싱 모듈을 주도적으로 공급하며 핵심 파트너 역할 수행했다”면서 “MS와의 공급 협력 MOU 체결에 이어 AR 글라스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입지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