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월 주행·충전 등 전기차 화재발생 연이어···베이징·시안에선 ESS 화재
내수시장 바탕 글로벌 1위 달성한 중국···유럽·동남아 해외시장 진출 속도
“韓·中 경쟁 치열해지고 기술격차 좁혀질수록 ‘안전성’ 중요도 대두될 것”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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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중국에서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관련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다. 방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인 중국이 유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관련 화재사고는 올 초부터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 2월 광둥성에서 주행 중이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광저우에서는 두 건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났으며, 사흘 후에는 충돌사고가 난 전기차가 화염에 휩싸이는 일이 발생했다. 앞선 두 건은 중국 업체의 차량이었으며, 충돌 후 화재가 난 차량은 테슬라였다.

ESS 화재도 발생했다. 지난달 17일 베이징 소재의 한 발전소에서 불이 났다. 현지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진압을 위해 47개 소방차와 235명의 인력이 진화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된다. 화재진압 중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베이징 사고에 앞서 수일 전에는 시안에서도 발전소 ESS 화재사고가 보고된 바 있다.

그동안 중국은 자국 내 전기차·배터리 업체를 정책적으로 보호하는 데 힘썼다. 한국 배터리 업계의 중국시장 진출이 늦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소개된 화재가 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가 어느 회사 제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차별적 보조금 정책을 시행해 온 탓에 중국 제품이 탑재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화재가 난 ESS가 소재한 발전소 운영사도 중국의 대형 배터리 업체다. 베이징·시안의 발전소 두 곳을 공동으로 출자한 회사들 모두가 궈시안(Guoxuan)의 계열사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궈시안은 올 1분기 글로벌 배터리시장 점유율 9위(1.9%)에 랭크된 업체로 CATL·비야디(BYD) 등과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배터리 회사다.

전기차·ESS 화재 모두 원인이 규명되진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일이 빚어졌을 당시 원인규명에 이르기까지 상당시간이 소요되거나, 원인이 불분명한 상태로 사건이 종결된 바 있다. 원인규명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선 불확실성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비록 중국 내부에서 발생한 사고지만, 최근 중국이 유럽 등으로의 배터리 사업진출에 속도를 냄에 따라 각계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시장 진출여부와 관계없이 완성차·배터리 업계 모두가 중국을 주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면서 “안전과 직결되는 화재사고의 경우 더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고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보급 확대의 영향인지 최근 빈도수가 잦아지고 있으며 보도되지 않는 사례도 빈번해 보인다”고 귀띔했다.

중국 배터리관련 화재사고가 잦아질수록, 심지어 이를 은폐하려는 의혹이 짙어질수록 중국의 배터리 해외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상쇄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은 중국을 포함해 유럽·북미 등이 글로벌 3대 시장으로 손꼽힌다. 최근 중국은 CATL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북미시장 진출이 현실적으로 불가한 가운데,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유럽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의 주요 판매처다. 중국·일본 등 경쟁국들에 비해 그간 압도적인 점유를 보였다. CATL의 독일 베를린 공장의 완공 및 폭스바겐그룹 등의 내재화 선언으로 도전에 직면했다. 폭스바겐그룹은 각형배터리 비중을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파우치형 중심의 LG·SK가 아닌, 각형을 생산하는 삼성SDI·CATL 등과의 거래를 늘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럽에서 중국의 도전이 본격화 된 가운데, 글로벌 5대 전기차·배터리시장으로 각광받는 동남아시아에도 중국이 속속 진출하려는 채비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동남아시아 완성차 시장은 일본이 강세를 보였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등으로부터의 투자유치에 성공하고, 베트남에서 현대차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국내 유관업계의 약진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의 3파전이 예상되는 곳이다.

내수시장만으로 글로벌 1위를 지켜 온 중국이 해외진출에 나선다는 의미는 확고한 점유율로 전기차 수익을 높이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소형전지 시장 때부터 상당기간 기술력을 축적한 한국·일본 등에 비해 기술력이 다소 뒤쳐진다는 평이 주를 이뤘지만,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격차를 거의 좁힌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이 안전성 논란과 은폐 의혹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기술면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모든 시장에서 경쟁 중인 우리 기업들에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다양한 개선점들이 요구될 수밖에 없으며, 갖은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들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 상 한 번 불이 붙으면 쉬이 진화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배터리시장의 기술경쟁 역시 안전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 1분기 국가별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중국이 45.0%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 30.9%로 2위를 차지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점유율이 하락하는 일본은 사상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진 18.0%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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