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ET 따상 실패 이후 에이치피오·씨앤씨인터내셔널 주가는 공모가 하회
공모주 시장 '한파' 위기감 확산···외국인 수급 악화로 시초가 낮게 형성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따상’에 실패하고 연일 주가가 미끄러지고 있는 가운데 후속 주자로 상장한 에이치피오와 씨앤씨인터내셔널도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공모주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이번주 상장 예정인 샘씨엔에스와 삼영에스앤씨 청약에 참가한 투자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그동안 공모주 시장은 비교적 안전한 ‘돈놓고 돈먹기’로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는데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투자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 공모가 하회 속출···공모주 시장 ‘침울’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장한 건강식품업체 에이치피오와 화장품기업 씨앤씨인터내셔널은 모두 상장 직후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이 이익을 실현할 기회가 한순간도 오지 않았다.
에이치피오는 14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신규상장기업은 공모가의 90~200%범위에서 시초가가 정해지는데 에이치피오는 공모가의 90%인 2만원에 시초가가 형성됐고 개장 직후부터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에이치피오는 상장 첫날 시초가보다 3250원이 떨어진 1만675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공모가 대비 75.5% 수준이었다.
에이치피오의 상장 이후 주가 약세는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 있었다. 에이치피오는 상장주관사 선정 및 IR 과정에서 다소 잡음이 있었고 결국 수요예측에서 252.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희망공모가 최하단인 2만2200원에 공모가가 확정됐다. 공모청약에서도 95.01대 1이라는 다소 부진한 경쟁률을 기록했기에 상장 후 주가 상승 기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17일 상장한 씨앤씨인터내셔널마저도 상장 직후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한 채 장을 마치자 공모주 시장에서는 위기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앞서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에이치피오와 달리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높은 인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수요예측에서 1029.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 최상단인 4만7500원으로 확정했고 공모청약에서도 898.01대 1이라는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씨앤씨인터내셔널은 17일 상장 첫날 시초가를 공모가보다 낮은 4만7250원으로 형성했고 개장 이후 줄곧 주가가 약세를 보이다 6100원(12.91%) 하락한 4만1150원에 상장 첫날 장을 마쳤다.
신규상장 기업이 2연속으로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로 장을 마친 것은 올해 들어 최초이고 지난해 9월과 10월 상장한 원방테크, 넥스틴에 이후 7개월만이다.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징후들이 포착되자 상장을 앞둔 기업에 투자한 공모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이번주 20일과 21일에는 샘씨엔에스와 삼영에스앤씨가 상장하고 다음주에는 25일과 26일 진시스템과 제주맥주가 상장 예정이다. 이 기업들은 모두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나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씨앤씨인터내셔널의 부진을 고려하면 공모주 투자자들의 수익을 보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공모주 부진 배경 놓고 ‘설왕설래’
최근 공모주 시장의 부진 배경을 놓고 개인과 기관, 외국인 등 투자 주체별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개인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따상 실패가 공모주 투자에 대한 ‘끝물’ 신호를 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상’ 기대를 받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상장 첫날 공모가 시초가가 공모가의 200%인 21만원에 형성하며 따상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가는 개장 직후 추락하면서 결국 시초가대비 26.43% 급락한 15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후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전날 13만8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에이치피오와 씨앤씨인터내셔널의 경우 기관 투자가들의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너무 적은 것이 흥행부진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이치피오와 씨앤씨인터내셔널은 기관들의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신청물량의 각각 4.12%, 5.28%에 불과해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줬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불어닥친 인플레이션 우려로 외국인이 자금을 빼내면서 벌어진 수급 악화를 핵심 배경으로 꼽는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외국인 수급 악화와 관련해 신규상장 기업의 시초가를 결정하는 동시호가 과정에서 시초가를 공모가 이하로 끌어내리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부터 11일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까지 제노코와 쿠콘을 제외하고 신규상장 기업의 시초가는 모두 공모가의 200%였다. 제노코와 쿠콘 역시 공모가의 200%에 근접한 수준에서 시초가가 형성됐다. 공모가의 두 배 수준에서 시초가가 형성되니 공모주 투자자들은 상장 첫날 무조건 수익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에이치피오와 씨앤씨인터내셔널의 경우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를 본 투자자들은 장중 매수를 꺼리게 되면서 신규상장 종목의 수급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