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2.5조 한계에 국내주식 핵심수익원인 신용융자 '성장 정체'
자기자본 9조 넘는 미래에셋증권은 1년새 신용융자 두배로 늘려
키움증권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주주가치 희석 우려도 확산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주식 신용융자 부문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키움증권은 자기자본 한계로 신용융자를 마음껏 늘리지 못하고 있는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9조원이 넘는 자기자본 덕분에 신용융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신용융자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주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키움증권 신용융자 ‘정체’···미래에셋은 ‘쑥쑥’
13일 키움증권의 올해 1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신용융자 시장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한자릿 수 대인 9.6%까지 떨어졌다. 키움증권의 신용융자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6.5%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신용융자잔고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1분기 신용융자잔고는 2조3000억원에 그치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의 신용융자잔고는 꾸준히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3조1000억원이었던 미래에셋증권의 신용융자잔고는 올해 1분기에는 두 배인 6조7000억원까지 늘어났다. 키움증권의 1분기 실적발표자료를 기준으로 역산한 미래에셋증권의 신용융자 시장점유율은 27.9%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 381억원에 불과했던 미래에셋증권의 신용융자 손익도 어느덧 올해 1분기에는 814억원까지 늘어났다.
신용융자는 국내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분야의 핵심 수익원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동안 장기간 주식거래 수수료 인하경쟁을 펼치면서 사실상 수수료를 무료화하는 대신 신용융자를 통한 이자수익으로 국내 주식위탁매매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해왔다.
키움증권은 국내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1위 증권사로서 사실상 국내주식 신용융자 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빚투 열풍으로 신용융자가 급증하면서 키움증권의 자기자본 한계가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신용융자는 기본적으로 자기자본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1분기 별도 기준 9조1300억원이지만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1분기 별도기준 2조7290억원에 그친다.
키움증권은 1분기에 2668억원이라는 호실적을 냈는데 이는 국내 주식이 아니라 해외주식 덕분이다. 1분기 미국 증시 호황으로 서학개미들의 거래가 급증하면서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도 일시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1분기 리테일 순영업수익은 2078억원으로 전분기 2141억원 대비 26.5%가 늘어났다. 국내주식은 892억원에서 979억원으로 9.7% 늘어나는데 그쳤던 반면 해외주식은 292억원에서 589억원으로 101.6% 증가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미국 증시 침체 등으로 부정적 실적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20~30대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았던 해외주식 거래축소와 수수료 손익 감소가 예상된다”며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1분기보다 28.8%가 줄어든 1865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키움증권은 2분기 이후 거래대금 둔화양상이 나타나고 코스닥 시장 회전율 또한 이미 고점형성 이후 하락추세에 있어 향후 이익둔화 흐름은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15만5000원으로 내렸다.
◇ 키움證, 자기자본 확대···주주가치 희석 우려도
키움증권이 자기자본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유상증자뿐이다.
앞서 키움증권은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전환사채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통해 자기자본을 1조5000억원대에서 2조원대로 늘린 바 있다.
2017년 7월 1470억원 가량의 전환사채(CB)를 전환가액 10만5247원, 총 139만6714주를 발행했다. 이어 2018년 2월에는 한국증권금융 등을 대상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329만3173주를 전환가액 10만7859원으로 발행하면서 총 3552억원의 자본을 추가했다.
키움증권은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을 위해 한국증권금융에 매년 4.1%의 배당수익률을 약속했다. 다소 비싸게 빌리더라도 신용융자를 확대하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배경에 있었고 결과적으로 키움증권이 2019년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국내 신용융자거래 이자수익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키움증권은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4500억원 규모로 전환상환우선주(RCPS) 형태의 자본확충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별도기준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늘려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즉 대형증권사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증권사가 되면 기업대상 신용공여가 자기자본의 200%까지 가능하고 헤지펀드거래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할 수 있어 자금 여력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하지만 키움증권의 유상증자 계획을 놓고 주주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증권금융 등은 올해 2월10일 만기가 도래한 상환전환우선주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해 장중 매각했다. 16만원을 넘보던 키움증권 주가는 이후 맥없이 떨어졌고 쉽사리 반등을 못하고 있다. 전환사채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45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을 전제시 올해 자기자본 이익률(ROE)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6%, 0.1% 하락할 것”이라며 “지분희석 가능성을 반영해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19만원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