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71조원 투자
EUV 공정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속도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생산능력 2배로 확대 검토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전세계 반도체 공급난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입해 첨단 파운드리 역량을 키우고 SK하이닉스는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통해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메모리 일변도인 국내 업계에 시스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13일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향후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앞서 계획한 133조원 대비 38조원을 추가한 171조원을 투자해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증설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며 "수성에 힘쓰기 보다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삼성이 선제적 투자에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평택 3라인을 완공하고 생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평택 3라인의 클린룸 규모는 축구장 25개 크기다. 극자외선(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한다. 이를 통해 평택캠퍼스를 세계 최대 반도체 공급거점으로 구성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향후 ▲차세대 D램에 EUV 기술 선도 적용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융합한 'HBM-PIM' ▲D램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CXL D램'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에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팹리스 대상 지적재산권(IP) 호혜 제공, 시제품 생산 지원, 협력사 기술교육 등 다양한 상생 활동을 확대한다. 공급망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업체는 물론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한 학계와의 협력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국내 팹리스 업계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육성 의지를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설비를 증설하거나,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해 국내 팹리스의 개발 및 양산은 물론,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인 파운드리 공급 안정과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중국에서 8인치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관련업계선 SK하이닉스가 아직 구체적인 투자 방식을 결정하지 않았으나, 조만간 M&A 등 방식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SK하이닉스 각자 대표이사에 취임한 박 부회장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박 부회장은 2017년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투자와, 지난해 인텔 낸드 사업 인수계약 등 SK하이닉스의 굵직한 투자에 관여한 경험이 있다. 앞서 박 부회장은 앞서 지난달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를 통해 “파운드리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