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GM, 확대되는 북미 전기차·배터리 시장 공동대응···폐배터리 사업도 협업
GM과 유사한 행보 걸으려는 포드···배터리JV 파트너로 “SK이노베이션 유력”
김준 총괄사장 LG와 합의 후에도 장시간 美체류···최태원 회장도 미국출장行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제네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파트너십이 보다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양사가 공동으로 출자한 배터리 합작사(JV)가 2공장 건립계획을 밝힌 데 이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도 나섰다. 성장하는 북미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공동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시선은 GM과 함께 북미를 대표하는 포드로 향한다. 전기차 대응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 온 포드도 최근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시간주(州) 남동부에 배터리개발센터를 건립하기로 한 데 이어 배터리 JV설립을 추진 중이다. GM과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LG의 역할을 하게 될 파트너사(社)가 어디일지 관심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와 GM의 JV ‘얼티엄셀즈(UltiumCells)’가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업체 ‘리-사이클(Li-Cycle)’과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생산뿐 아니라 폐배터리사업에 이르기까지 양사의 협력이 보다 강화됐다. 얼티엄셀즈와 리-사이클의 협업은 금년 말부터 본격화된다.
폐배터리 사업은 재사용(Reuse)과 재활용(Recycle)으로 나뉜다. 수거된 폐배터리의 성능을 감안해 이를 재사용하거나 소재를 추출하는 재활용하는 사업을 통칭해 폐배터리 사업이라 일컫는다. 폐배터리 성능이 신제품 대비 70~80% 수준이면 에너지저장장치(ESS)로의 활용이 가능하다. 이보다 성능이 하회할 경우 소재를 추출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LG·GM이 폐배터리 재활용업체와의 이번 협력은 소재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게 되는 시점과 맞물려 소재난도 심각해 질 수 있다”면서 “GM이 앞서 판매한 전기차에서 폐배터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신사업과 연결해 추가적인 소재 공급망으로 이용하려는 취지다”고 평했다.
GM이 LG와의 공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생산부터 전기차 판매 및 폐배터리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함에 따라 포드의 거취도 주목을 받는다. 포드는 GM 등에 비해 전동화에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순수전기차(EV)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에 비해 라인업이 협소하다.
최근 포드는 1억8500만달러(약 2050억원)를 들여 미국 미시간주(州) 남동부에 배터리개발센터를 건립 계획을 세웠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과 JV설립 계획도 내놓은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시장에 대응함에 있어 GM과 유사한 행보를 걸을 요량이다. 포드의 파트너로는 국내업체가 유력하다고 분석된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3국이 글로벌 시장의 99% 이상을 점유 중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포드가 중국 업체와 JV를 설립할 가능성은 낮다. 일본을 대표하는 파나소닉의 경우 한 때 테슬라에 독점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며 미국시장에 공을 들였으나, 최근에는 자국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업을 강화해가는 추세다.
자연스레 한국 기업들이 우선시 된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현재 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다. LG가 포드의 JV파트너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경쟁사 GM과 이미 얼티엄셀즈를 합작했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미국진출 계획이 드러나지 않았다. JV 파트너로 가장 근접한 업체는 SK이노베이션이다.
포드 전기차에 SK 배터리가 탑재되지는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내년 출시 예정인 포드의 F-150픽업트럭 EV 납품을 시작으로 SK이노베이션이 포드의 최대 배터리 공급사로 자리매김 한다. 미국 내 최대 규모 배터리 생산라인인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의 핵심 고객사 중 한 곳이 포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최근 움직임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김 총괄사장은 지난 3월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배터리 영업기밀 침해 최종판결에서 LG의 손을 들어준 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거부권 마감시한 직전 LG와 SK가 극적인 합의를 도출했지만 김 총괄사장은 한동안 미국에 머물렀다.
김 총괄사장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대표 등과 함께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있는 미국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 뒤 귀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방문을 제외한 구체적인 일정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시기 포드 수뇌부와 JV설립과 관련된 양사의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와 실무미팅은 현지 법인장이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면서 “김 총괄사장이 포드와 만났을 경우, 포드 CEO급이 환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포드와 SK의 JV가 이르면 이달 중 구체화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최태원 SK 회장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겸하고 있어 방미기간 중 미국 정·관·재계 인사들과 두루 만난다.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도 찾기로 했다.
한편, 이날 열린 SK이노베이션의 금년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기아 등 기존고객뿐 아니라 포드·폭스바겐 등으로부터 신규 수주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LG와 소송 등)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추가 수주가 가까운 시일 내 가시화 될 것이다”고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