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월 입주물량 ‘제로’, 2014년 이후 7년 만
전세 매물 감소 뚜렷, 월세 전환 늘어
서초 5000가구 이주···전세대란 우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전세 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계약갱신요구권 등 임대보호법 시행 여파로 매물이 잠긴 데다 전세 공급 통로였던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다. 강남권의 경우 대형 재건축 단지의 이주 수요까지 겹쳐 전세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1분기를 제외한 2~4분기 모두 1만 가구를 밑돈다. 1분기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1만1140가구를 공급했으나 2분기 5659가구·3분기 7938가구·4분기 4919가구 등으로 입주 물량이 쪼그라들 전망이다. 이달의 경우 서울에서 입주하는 물량은 단 한 가구도 없다. 월간 서울 입주 물량이 ‘0가구’로 집계된 건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 자료=아실
/ 자료=아실

시장에선 입주물량 감소가 전세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에선 전세물량이 대거 공급되기 때문이다. 물량이 감소하게 되면 새 집에 들어가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는 전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주물량이 늘어날수록 전세 공급도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며 “특히 새 아파트 집주인들이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세매물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한 달 전보다 6.9%(1513건) 감소한 2만2022건을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9개 자치구에서 전세매물이 줄었다. 시장에선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상황으로 전세보다 월세 선호가 높아졌고, 임대차보호법으로 전세가를 올릴 수 없게 된 집주인이 월세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 계약 기간에서 2년을 더 연장해 주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쓰는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전세시장의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됐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거주를 선택하는 집주인들이 늘면 전셋집을 구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합설립을 하지 않은 단지의 경우 재건축 후 입주권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하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제 막 재건축을 시작하는 단지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이주를 앞둔 강남권에선 전세난 우려가 크다. 서초구의 경우 올 하반기까지 5000가구가 이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3월 말부터 서초구 방배13구역(1200가구)이 이주를 시작했고,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는 다음 달부터 이주에 들어간다. 여기에 반포주공1단지 3주구(1500가구), 신반포18차(182가구), 신반포21차(108가구) 등도 하반기 내로 입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전세난에 대한 불안감은 시장에 반영되는 분위기다. 반포주공1단지와 가까운 ‘신반포2차’는 지난달 전용면적 68㎡이 6억6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반포동 ‘반포미도1차’ 전용 100㎡는 이달 11억원(10층)에 계약이 이뤄지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잠원동 ‘신반포자이’ 전용 98.45㎡도 지난달 21억5000만원(24층)으로 신고가 계약이 이뤄졌다. 반포주공1단지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기존 생활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인근에서 주거지를 찾는 경향이 강한 만큼 주변 전세 시장이 들썩이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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