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매각 등 노력으로 당기순익 증대·RBC 개선 성공
향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 높아···기업가치 향상이 '1순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본사 사옥을 매각하는 등 실적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올 첫 분기에 흑자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올인’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수익성·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본사 건물 매각익 힘입어 당기순익 63%↑···경영효율성도 개선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1분기 당기순익은 6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6억원)에 비해 63% 급증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흑자전환이다. 롯데손보는 작년 4분기 950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롯데손보는 작년 3분기까지는 707억원의 누적 순익을 거뒀지만 4분기 적자로 인해 한 해 실적이 242억원의 순손실을 입고 말았다. 

롯데손보의 실적 급증은 일회성 요인이 컸다. 1분기에 본사 사옥을 매각하면서 영업외수익으로 약 544억원이 발생하면서 순익이 크게 늘었다.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275억원으로 작년 동기(550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자료=롯데손해보험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롯데손보는 지난 2019년 10월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실적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손보는 새 주인을 맞이한 해에도 8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실적 악화에 직면해 있었다. 적자의 주범은 자동차보험으로 꼽혔다. 2019년 당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25.4%까지 치솟았다. 들어오는 보험료가 100원이라면 나가는 보험금이 123.4원이라는 뜻이다. 

이에 지난해 롯데손보는 자동차보험 사업부문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 돌입했다. 그 결과 작년 3분기까지 인건비와 일반관리비를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9.2%, 26.0% 크게 줄였고, 그 결과 사업비차익을 18.7%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같은 기간 21.4%포인트(p) 개선했고, 상품 포트폴리오도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이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보장성 보험을 늘렸다. 투자자산운용수익률도 저금리 기조 속에서 3.78%로 선방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에 투자자산 부문에서 코로나 사태로 문제가 발생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롯데손보는 항공기, 해외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1590억원을 인식했다. 이에 지난해 투자영업이익은 1년 전 대비 1816억원 급감했다. 

올해도 실적 회복을 위한 노력은 진행형이다. 비록 1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줄었지만, 영업효율성은 올라간 점도 긍정적이다. 올해 1분기 장기 보장성보험은 작년 동기 대비 19.5% 늘었고, 손해율도 90.1%에서 85.6%로 4.5%p 개선됐다. 특히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작년 동기 대비 5.6%p 크게 내리는데 성공했다.

◇ ‘발등의 불’ RBC도 8.9%p 개선···수익성·건전성 개선으로 기업가치 올리기 '올인'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롯데손보는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JKL파트너스는 향후 2~3년 안에 롯데손보를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 최대한 롯데손보를 비싸게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이익을 돌려줘야한다. 이를 위해 당기순익을 늘리고 각종 수익성·건전성 지표들을 개선해 시장 가치를 올려야한다. 

실적 확대와 함께 지급여력비율(RBC) 개선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도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서다. RBC는 보험사의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해 지급할 수 있는 능력(자본)이 있는지를 측정하는 건전성 지표다. 자본량(순자산)을 손실금액(적정잉여금)으로 나눠 구한다. 

자료=롯데손해보험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보험사들은 실적 하락으로 RBC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2023년 보험사에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으로 RBC 관리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새 기준은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부채 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면 지표의 분자인 순자산이 줄어 RBC도 하락하게 된다.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 이전에 최대한 RBC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롯데손보도 결국 시장에서 가치를 높이 평가받기 위해서는 RBC를 개선하는 것이 1순위다. 지난해 KB금융에 매각된 푸르덴셜생명도 RBC 지표가 크게 높은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혔다. 

롯데손보는 새 주인을 맞이한 이후 3750억원의 유상증자와 8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잇달아 결정하며 RBC 지표를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이번 본사 사옥 매각도 실적 증대로 인한 RBC 개선을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2019년 9월 말 133.9%까지 하락했던 RBC는 작년 말 162.3%까지 올렸다. 올해 3월 말에도 본사 사옥 매각익에 힘입어 작년 말 대비 8.9%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롯데손보의 주가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주가는 작년 코로나 사태로 한 때 980원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18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PBR도 0.62배로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상장폐지설이 나온 이유도 기업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올해도 경영효율성을 끌어올리고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롯데손보가 매물로 나오면 시장의 상황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손보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나금융도 손보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금융지주들의 인수합병(M&A) 설에 손보사들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롯데손보가 수익성·건전성이 향상된다면 충분히 좋은 조건으로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회사의 보험상품 포트폴리오가 지속적으로 우량화되고 있고 보험업 본연의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며 "올해 초 가이던스 공시를 통해 밝힌 당기순이익 1479억원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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