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용적률의 50% 기부채납···공공임대 70%·공공시설 30%
서울시, 민간임대 25% 공급 검토···실질적 분양주택 25%에 불과
“수익성 낮아 참여율 높지 않을 것···감당할 사업지도 마땅치 않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역세권 고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방안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용적률을 700%까지 늘려주는 대신 기부채납 비중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과도한 기부채납이 사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 기부채납을 감당할 사업지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1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최근 역세권 복합용도 개발 시 증가하는 용적률의 50%를 공공기여분으로 제공하는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발표한 ‘8·4 공급대책’ 후속 조치로, 올해 1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데 따른 것이다.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은 준주거·준공업·상업지역에만 적용할 수 있던 복합용도 개발을 역세권 일반주거지역까지 확대하고,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높여주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역세권 고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용적률 상한선을 풀어주는 조치다. 다만 용적률 완화로 인해 늘어난 가구수의 일정 부분은 공공임대주택 등 기부채납 해야 한다. 정부는 기부채납 비중을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한 비율에 따르도록 했다.
이번에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조례 개정안에 따르면 공공기여분(50%)의 70%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짓고, 나머지 30%는 공공시설로 제공해야 한다. 가령 2종 일반주거지(기존 용적률 200%) 역세권 사업지에 용적률 700%를 적용하면 늘어나는 용적률(500%)의 절반인 250%가 공공기여분으로 분류된다. 이 중 175%는 공공임대주택, 75%는 공공시설로 채워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공공기여분 외에 공급해야하는 민간임대주택 비중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공공기여분을 제외하고 남은 50% 중 절반을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실질적으로 분양할 수 있는 주택의 비중은 늘어난 용적률의 25%에 불과한 셈이다.
업계에선 최대 75%에 이르는 과도한 기부채납과 임대주택 증가 등이 사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역세권 개발이 일종의 재개발 사업인 만큼 결국 토지를 보유한 주민들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수익성이 낮은데 불편을 감수하고 사업에 참여하는 소유주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기부채납을 감당할 수 있는 사업지가 서울에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역세권 복합용도 개발 대상지는 서울 지하철 역세권 100여 곳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부채납을 감당하려면 1000가구 이상은 돼야 하는데,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역세권 사업지는 많지 않다”며 “역세권 주변에는 상가가 많고, 안정적인 월세를 받고 있는 소유주들이 많은 만큼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