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외 2개사, 현대해상 지분 5% 매입···지분 경쟁 가능성 낮아
한화생명 “단순 투자 목적” 명시···주가상승 통한 수익 증대 ‘기대’

/사진=한화생명
/사진=한화생명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한화생명보험과 현대해상화재보험의 협력 관계에 보험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화생명이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 출범에 맞춰 현대해상과 업무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최근에는 직접적인 지분투자에도 나서며 제휴 관계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은 경영권 행사가 아닌 단순 투자 목적의 매입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저평가된 현대해상 주식을 통해 투자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 전망들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정몽윤 회장, 현대해상 지분 21.90% 보유···한화생명 지분, 영향력 크지 않아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공시를 통해 한화생명과 특별관계자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이 현대해상의 지분 5%를 매입한 사실을 공개했다. 세 회사가 현대해상의 지분을 최초로 매입한 시기는 지난달 23일로 당시 이들은 현대해상의 지분 4.92%(440만2348주)를 매입했다. 그로부터 3일 후인 26일 0.08%(7만518주)를 추가로 매입했고 지분 5%가 넘어 대량보유 공시의무가 발생했다. 회사별로는 한화생명이 367만1301주로 가장 많은 수의 주식을 매입했으며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자산운용은 각각 1291주, 80만274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대량 보유 공시 내에 ‘단순투자목적’ 확인서도 함께 기재하며 지분 매입의 의도를 명확히 했다. 확인서는 세 회사가 주식 보유 기간 동안 보유하는 주식 수와 관계없이 상법 제369조 1항과 제 462조에 따른 권리 등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권리’만을 행사할 것을 밝히고 있다. 상법 369조 1항과 462조는 각각 의결과 배당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이러한 입장은 경영 개입, 적대적 M&A 등과 관련된 추측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업계 역시 한화생명의 지분 취득이 단순 투자 목적에 해당할 것이라는 분석들을 다수 내놓고 있다. 우선 현대해상의 지분 구조상 최대 주주의 지배력이 확고하기 때문에 5%의 지분으로는 큰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 현재 현대해상의 최대 주주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으로 21.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도 10.45%의 높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적대적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짙은 국내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한화생명이 정 회장, 국민연금을 상대로 지분경쟁을 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한국거래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한국거래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저평가주’ 현대해상, 주가 상승 가능성 기대···협력 관계 강화 등 간접효과도

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의 주식이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한화생명의 이번 투자가 수익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약 0.4배로 경쟁사들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는 0.54배를 기록했으며 DB손해보험도 0.47배로 나타났다. PBR은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로 주가가 1주당 순자산에 비해 몇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준다. 이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기업의 자산가치가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향후 수익 역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현대해상은 지난해 33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년(2691억원) 대비 23.33%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올해 1분기 예상 실적은 약 108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동기(897억원) 대비 2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의 동반개선으로 보험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전분기 대비 증가할 전망”이라며 “특히 자동차보험손해율이 큰 폭으로 개선되며 이익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해진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1분기 이익의 증가는 보험영업이익개선이 견인할 것”이라며 “자동차보험손해율 하락, 위험손해율 하락, 사업비 개선 등으로 730억원의 보험이익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현재 증권가가 제시하고 있는 현대해상의 목표 주가는 약 3만원~3만2000원 수준으로 현재 주가와는 20~28% 가량 차이가 있다. 지난 4일 2만3300원까지 하락했던 현대해상의 주가는 7일 2만4900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지분 매입을 계기로 한화생명이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현대해상의 사업 제휴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한화생명은 지난 3월 17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을 앞두고 현대해상과 ‘생·손보 통합컨설팅 고도화 추진 업무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양 사는 협약을 통해 ▲생·손보 통합 컨설팅 기법 공동개발 ▲시장변화에 따른 상품혁신 아이디어 공유 ▲협업상품 판매 활성화를 위한 홍보·마케팅 공동추진 등 세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GA로서 손해보험업계까지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도록 현대해상과 힘을 합칠 예정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무 협약, 사업 제휴는 지분이 없이도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현대해상 지분 매입의 근본적인 목적은 ‘투자’로 보인다”며 “다만 아무래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 협력 관계가 강화되는 효과도 당연히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 이상 보유를 통한 공시도 시장에 보내는 일종의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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