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투자유치 성공한 인니, 적극적 LG에너지솔루션 델타마스 공장요청
인니 정부 ‘원석→소재→배터리→전기차’ 세계최초 전기차 산업 통합 목표
중국서 쓴맛 본 현대차 인니공장, 동남아·호주·아프리카 시장 거점 유력시
동남아, 세계 4대 전기차시장 부상 각광···현대차·LG 합작사 가시화 기대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LG그룹의 동남아시아 배터리 사업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중심지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사(JV) 설립이 유력시 되는 곳이다. 양사의 JV설립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LG컨소시엄과 인도네시아 국영 배터리 합작사(IBI)가 지난달 29일 업무협력 합의각서(HoA)를 체결했다. 투자를 위한 본격 논의에 돌입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설명이다. LG컨소시엄은 LG에너지솔루션이 주축이며, LG화학·LG상사·포스코 등 국내기업과 중국의 화유(Huayou Holding) 등이 참여했다.

포스코는 계열사 포스코케미칼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음극재 등을 공급한다. 화유는 중국 내 최대 코발트 및 배터리 소재 생산업체다. IBI는 인도네시아 4개 공기업이 25%씩 지분을 투자해 설립했다. 국영 알루미늄·광업·석유·전력공사 등이 주주다. 양측의 이번 HoA는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 투자부와 양해각서를 맺은 지 넉 달 만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이번 HoA와 관련해 “지난해 국내서 MOU가 체결된 이후 현지서 논바인딩(구속력 없는) 형식의 각서를 날인하게 된 것”이라면서 “비공개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이 없는 상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HoA 체결이 LG의 동남아 배터리사업 확장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OU 체결 직후 양측은 구체적인 투자규모를 공표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바흐릴 라하달리아 투자조정청 청장은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기자회견을 통해 LG와의 협력규모가 98억달러(약 10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인도네시아가 배터리 원료의 광산채굴부터 리튬 배터리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산업을 통합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라하달리아 청장은 현대차와 추가 협력방안이 도출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차 촉진을 추진 중이다. MOU 체결 이전부터 자카르타 인근 델타마스공단에 LG배터리 공장건립을 적극 요청했다. 해당 공단에는 현대차의 생산라인이 지어지고 있다. 이번 HoA 체결로 LG가 현지에 공장을 짓게 될 경우 델타마스 공단이 유력하다.

현대차가 진출한 가운데 LG의 동남아 배터리사업이 속도를 냄에 따라 두 회사의 JV도 가시화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양사는 JV와 관련해 공식 입장이 전무한 상태지만,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JV설립 논의를 지속 중이다. 충남 당진 현대제철 소유 부지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인도네시아에 건립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델타마스 공단에 건립 중인 현대차 신설공장은 동남아 전역의 거점공장 역할을 하게 된다. 이곳을 중심으로 호주·아프리카 시장대응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공장은 내연차 중심의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육성책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동남아시아가 북미·유럽·중국 등에 이어 글로벌 4대 전기차 시장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점쳐짐에 따라 전기차 공장 신설 가능성이 유력시된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은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점유가 높은 곳이다. 토요타·다이하츠·혼다 등이 주요국 점유 랭킹 상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다른 일본계 브랜드들도 적지 않은 점유를 자랑한다. 현대차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점차 점유율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한 차례 쓴 맛을 본만큼 신시장 개척에 열을 내는 양상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과 관련해 “전략을 잘 짜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는 일본을 넘어설 정 회장의 묘수를 두고 전기차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환경오염 해결과 석유수입에 따른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전기차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원자재 채굴과 제련, 배터리 소재 제작, 배터리 셀·팩 제작부터 전기차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자국 내에서 치르는 것이 목표다. 한국기업의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까닭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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