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500억 공모 스팩상장 추진···코스피는 800억 공모스팩 상장절차
K-유니콘 기업과 합병이 목표···조단위 스타트업 스팩상장 이뤄질까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NH투자증권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이어 코스닥에서도 초대형 스팩(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공모금액은 500억원 규모로 시가총액 조단위 기업과 합병을 목표로 한다.

NH투자증권의 잇따른 초대형 스팩 상장은 이른바 ‘K-유니콘’이라고 불리는 스타트업들을 국내 증시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NH투자증권, 500억 코스닥 스팩 준비

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ECM본부는 올해 하반기에 공모금액 500억원 규모의 ‘엔에이치스팩20호(가칭)’을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엔에이치스팩20호가 500억원의 공모금액으로 상장하면 2010년 5월 상장한 신한제1호스팩(공모규모 375억원)을 제치고 역대 코스닥 최대 공모 스팩이 될 수 있다.

기존 역대 최대 공모 스팩은 2010년 3월3일 국내 최초로 상장한 대우증권스팩(대우증권그린코리아스팩)으로 당시 공모규모는 875억원이었다. 2위는 같은해 3월 25일 상장한 동양밸류오션스팩으로 450억원이었다. 당시 두 스팩 모두 코스닥이 아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NH투자증권이 엔에이치스팩20호를 코스닥에 상장한다면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절차를 밟고 있는 800억원 규모의 엔에이치스팩19호와 함께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초대형 스팩을 각각 1개씩 보유하게 된다.

앞서 상장절차가 진행 중인 엔에이치스팩19호는 6~7일 이틀 동안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11~12일 공모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스팩이 상장되는 것은 2010년 이후 11년만이다. 엔에이치스팩19호는 대우증권스팩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공모금액을 기록할 예정이다.

◇ K-유니콘 기업 합병 성공할까

NH투자증권이 초대형 스팩 상장에 잇따라 나서는 것은 모험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팩시장이 중소형 기업들을 위한 상장루트로 자리를 잡으면 명맥을 유지해왔다. 스팩 공모규모 역시 50억~150억원으로 어느정도 표준화됐다.

이는 2010년 스팩제도 도입 첫해 당시 시행착오 때문이다. 2010년 당시 공모규모 수백억원 단위의 스팩이 무려 21개나 상장했지만 결국 절반이 넘는 12개가 끝내 합병대상을 찾지 못하고 상장폐지됐다.

공모규모가 너무 커 당시 스팩과 합병할만한 대형기업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주요 이유였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스팩의 경우 상장했던 3개 스팩이 모두 상장폐지됐는데 당시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심사 문턱이 높았던 이유도 작용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대부분 스팩제도 도입에 따른 일종의 시행착오를 겪었던 셈이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최근 국내에서도 대형스팩들과 합병할만한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다수 만들어졌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른바 제4차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내에서는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플랫폼 기업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이들은 현재 적자를 보고 있지만 향후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예비 ‘성장주’다.

그동안 이런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려면 한국거래소의 상장 문턱을 넘어야했다. 하지만 최근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거래소는 K-유니콘의 해외이탈을 막기 위해 상장 문턱을 낮추겠다고 전향적 태도를 밝힌 상태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초대형 스팩을 상장시킨 이후 미국 증시 상장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유니콘 기업들과 접촉을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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