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갑질 7년 만에 불매운동 재점화
홍원식 회장 비롯 주요 경영진 사퇴까지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남양유업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상술 논란으로 큰 위기를 맞자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개최된 심포지엄에서 “자체 실험 결과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77.8%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하며 연쇄적인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소지가 있다며 고발 조치를 내리고 세종시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세종시는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에 따라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세종공장에 대해 2개월 영업중지 행정처분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사전 통보를 했다.

만약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남양유업은 실적 추락을 맞을 수밖에 없다.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불가리스를 비롯해 우유, 분유 등 전체 물량의 38%를 생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오는 24일 청문회를 개최, 남양유업 의견을 듣고 영업정지 명령을 확정할 방침이다.

◇오너 리스크까지 불거져, 홍원식 회장 사퇴

남양유업의 디자인 표절 논란도 뼈아픈 부분이다.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이 올해 출시한 발효유 ‘이너케어’의 디자인이 한국야쿠르트(hy) 대표 제품인 ‘쿠퍼스’와 ‘엠프로3’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제품은 모두 알약이 담긴 상단 캡과 음료 본체가 분리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hy는 ‘이중캡’ 관련 특허를 보유한 협력사 내추럴웨이로부터 용기를 단독 납품받아 제품을 생산해왔다. 이에 내추럴웨이는 이중캡 관련 특허 침해로, hy는 제품 전체 디자인에 대한 특허 침해로 남양유업에 소송을 제기했다.

남양유업은 최근 불거진 불가리스 사태로 과거 2013년 대리점 갑질사태 이후 7년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게 됐다. 이번 사안은 대리점 갑질 사태와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 마약 투약 논란으로 11년 만에 매출 1조원 밑까지 추락한 것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마주한 사태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는 전날 오전 임직원에게 메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홍원식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도 보직 해임됐다. 홍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회삿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날 홍원식 회장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3층 대강당에서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현장에서 상처 받고 있는 직원 낙농가 여러분에게 사과하고, 회사 성장만 바라보며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 발상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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