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정부 출범 후 자국 중심 재편 가속화···우리 기업, 대중 수출의존도 완화 기대
공급망 재구축 비용·생산 원가 상승은 부담···“공급망 다변화·지리적 리밸런싱 필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우리 기업은 공급망 조정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5일 김상유 IBK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바이든의 미국 공급망 재검토의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행정명령을 통해 향후 100일간 미국의 탄력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전략품 등 4대 핵심품목의 공급망 취약성을 검토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글로벌 분업화로 인한 미국 공급망의 취약성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약품과 첨단부품 등에서 부각되면서 현재 공급망 체계와 미국의 제조 경쟁력 약화를 국가 경제, 안보의 위협요인으로 인식하면서 나온 조치라는 해석이다.
현재 추진하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은 궁극적으로 중국 고립화와 미국 제조기반 강화, 기술리더십 확보 등을 지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우리 나라에 기회이자 위협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수출 국가별 포트폴리오가 분산되고 자국 내 100% 자급자족이 어려운 미국이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K-반도체, K-배터리 등과 협업을 강화하면 우리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다자간 무역협정에서 중소기업의 역내 참여 촉진 조항을 신설하는 추세로 인해 향후 공급망 재편시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북미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구축에 투입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 미국 원산지 규정준수 등에 따른 생산원가 상승은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 제조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역내 생산 교역이 확대되면서 수출 전반이 위축될 수 있으며, 미국이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에 따라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기업은 공급망 조정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장단기 생산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연구원은 “자사의 공급망 지도 및 구조를 파악하고 위기상황별 자사 공급망 리스크 규명 등 공급망 취약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생산기지의 유지와 이전, 신규투자, 증설 등 전략적 의사결정, 현재 공급망 내 중국산 포함 및 대체재 유무 등 공급선 변화 여부와 규정 준수에 따르는 비용 등 공급망 변경에 대한 부분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진입을 위한 공급망 다변화와 지리적 재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일원화했던 전후방 조달 및 남품 업체를 다양한 측면에서 다변화해 위기시 병목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며 “대미 직간접 수출기업은 중국 내 생산 또는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현재 공급망 체계에서 중국 외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첨단 제조기업과 스타트업 등은 미국 내 생산설비 증설과 신규 외국인 직접 투자, 전략적 기술협업 등으로 미국 공급망 진입을 모색해야 한다”며 “노동집약적 제퓸 생산 기업은 멕시코와 콜롬비아, 칠레 페루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 진출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