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연속이던 인도네시아 법인 흑자 전환···글로벌 사업 전망 '밝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IBK기업은행의 ‘고민거리’로 전락했던 글로벌 부문이 1분기 흑자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글로벌 실적이 회복하자 그간 어려운 상황 속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이어온 기업은행의 결단이 빛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1분기 해외법인이 거둔 당기순익은 5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이익을 거뒀다. 해외법인 실적이 개선된 핵심 요인은 인도네시아 법인의 흑자 전환에 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1분기 12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2019년 9월 설립된 이후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19년에 182억원, 2020년 394억원의 손실을 각각 입었다. 초기 사업 비용 증가와 함께 충당금 부담 증가는 적자로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해외 금융사가 현지 은행을 인수하려고 하면 부실 상태가 상대적으로 큰 은행을 추가로 사들이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준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 초기에는 부실 채권에 대한 충당금 부담을 안게 된다. 여기에 작년 코로나로 인해 현지 경제 상태가 크게 악화된 점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다.

인도네시아 법인의 부진으로 지난해 기업은행의 전체 해외법인 실적도 30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법인이 91억원의 순익을 거뒀지만 역부족이었다. 인도네시아 법인으로 글로벌 사업 전체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손실 규모가 커지면 은행 전체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좋지 않은 상황속에서도 유상증자로 꾸준히 자금을 투입하면서 인도네시아 법인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2019년 600억원 규모로 증자를 단행했고, 올해는 약 79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당초 예상보다 일찍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법인의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업은행의 글로벌 사업도 조금씩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기업은행 중국 법인도 올 1분기 순익이 작년 동기 대비 32% 급증했다. 미얀마 법인이 8억원 적자를 냈지만, 올해 설립된 점을 비춰봤을 때 손실 규모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향후 미얀마의 정치 안정화가 이뤄지면 미얀마 법인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은행의 글로벌 사업은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은행은 해외법인 3개, 지점 9개, 사무소 4개 등 총 16개의 해외점포를 가지고 있다. 반면 대형 시중은행들이 30개 전후의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수익 비중도 작다. 지난해 기업은행이 거둔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 가운데 해외에서 벌어들인 부분은 3% 남짓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업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글로벌 영토 확장은 기업은행이 달성해야 할 과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경영 슬로건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금융그룹 도약’을 선언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기업은행은 향후 동남아 외에도 유럽, 남미 등 다양한 지역으로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사업타당성을 꼼꼼히 검토하고. 향후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구체적인 진출 전략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투자한 결과 인도네시아 법인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었다”라며 “글로벌 사업은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만큼, 다양한 지역 진출을 모색하는 등 사업 확장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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