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공매도 재개 이후 과열 종목 22곳 지정
공매도 금액 및 거래 비중 상위 종목 다수 빠져
요건 모두 충족 못해···제도 개선 목소리도 나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공매도 부분 재개 영향에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와 관련해 투자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공매도 재개 영향에 주가가 급락했지만 까다로운 요건 탓에 과열종목으로 지정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일각에선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제도를 손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 공매도포털에 따르면 총 22개 종목(코스피 4종목, 코스닥 18종목)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는 전날 코스피200종목과 코스닥150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이들 종목들은 이날 하루 정규시장과 시간외시장에서 공매도 거래가 제외된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는 비정상적으로 공매도가 급증하고 가격이 급락하는 종목을 대상으로 이틑날 하루 동안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다. 공매도로 인한 주가의 단기 변동성 확대를 막고 공매도 과열현상에 대한 투자자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3월 도입됐다.
이번에 지정된 공매도 과열종목 수는 지난해 공매도 금지 기간 직전 시기와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글로벌 증시가 무너지기 시작한 지난해 3월 9일 하루 동안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상장사는 12곳 수준이었고 그 전 거래일인 3월 6일에는 5곳에 불과했다. 증시 급락에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기준을 낮춘 지난해 3월 11일이 되어서야 20건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투자자의 불만은 가시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공매도 금액과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공매도 비중이 높지만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에 맞지 않은 경우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전날 공매도 과열로 지정된 다수 종목들이 이날 증시에서 변동성이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의 아쉬움은 클 수 있다.
실제 전날 710억원으로 공매도 거래대금 1위 종목이었던 셀트리온은 공매도 과열 종목에 속하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491억원)와 씨젠(289억원), LG화학(278억원), HMM(231억원), 금호석유(218억원) 등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종목들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종목 중에서는 신풍제약(291억원)이 공매도 과열종목 요건을 갖춰 리스트에 올랐다.
전체 거래량 대비 공매도 거래 비중이 컸던 종목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카드는 이날 전체 거래량이 27만7208주였는데 이 중 공매도 거래량은 15만6550주였다. 전체의 56.47%가 공매도 거래였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카드는 공매도 과열종목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현대해상(공매도 비중 46.06%), 다원시스(41.56%), 오뚜기(37.77%), 씨젠(34.68%) 등도 마찬가지였다. 공매도 거래 비중 상위 종목 중에선 롯데지주(7.65%)와 엔케이맥스(38.34%)만 과열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공매도 지정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기준은 코스피 종목의 경우 주가가 5~10% 하락한 상황에서 ▲직전 분기 코스피 구성종목 공매도 비중의 3배 이상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6배일 때 지정된다.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경우엔 공매도 비중과 관계없이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6배이기만 하면 과열종목으로 지정된다. 코스닥의 경우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 기준이 5배로 코스피 보다 낮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을 때 공매도가 과열됐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에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기준이 높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 돼 왔다. 그 중에서도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 배율 조건이 까다롭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오랫동안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된 종목의 경우 공매도가 더욱 늘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공매도가 5배나 6배 증가하지 않는다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기 어려운 까닭이었다.
이에 일각에선 공매도 제도의 ‘기울어진 운동장론’과 맞물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기준을 완화할 경우 가격 발견이라는 공매도의 긍정적 기능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면서도 “공매도가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이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필요는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