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누적 NIM, 전 분기 대비 0.03%p ↓· · ·국민은행은 0.05%p↑
금고 따내기 위해 수시입출식 예금 금리 상향조정 영향 관측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지난해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호실적을 내던 농협은행이 올해 첫 성적표에서는 이자이익 부문에서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1분기 주요 시중은행은 조달비용의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 반등에 성공했지만, 농협은행은 유일하게 하락세를 이어갔다. 금융권에서는 영업의 핵심인 국고·지자체 금고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농협은행이 경쟁 은행 대비 조달비용을 감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농협은행, 경쟁은행 대비 조달비용 감소폭 적어···NIS 떨어지자 NIM도 하락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올해 1분기 누적 NIM(카드제외)은 1.44%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0.03%포인트(p) 하락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반등에 실패했다. 나머지 은행들의 NIM은 그간 저금리 기조로 인한 하락세를 딛고 일제히 오름세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1분기 누적 NIM이 1.56%로 직전 분기 대비 0.05%p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어 신한은행(1.39%), 하나은행(1.36%), 우리은행(1.35%)이 각각 0.02%p 상승했다.
농협은행은 NIM 반등에 실패한 영향으로 이자이익도 직전분기 대비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나머지 은행들은 같은 기간 2.7~3.2% 늘었다. 농협은행은 비이자이익이 급증하는 등 올해 1분기 실적이 작년 4분기 대비 50% 급증했지만 이자이익 부문은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NIM은 대출채권과 유가증권 등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 지표로, 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이자자산으로 거둔 이자이익의 비율이다. 금융사가 자산을 운용하면서 벌어들인 이자이익에서 자금 조달비용을 뺀 금액을 운용한 자산의 총액으로 나누는 식이다. 이 수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이자수익을 늘리던가 조달 비용을 낮춰야한다.
농협은행의 NIM 하락은 운용 측면보다는 조달 쪽의 문제로 보인다. 농협은행이 대출채권을 운용한 결과 얻은 누적 수익률(운용수익률)은 올해 3월 말 기준 2.22%로 작년 말 대비 0.25%p 하락했다. 이는 나머지 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은행(0.03%p)를 제외하면 신한·우리은행은 농협은행과 같은 0.25%p, 하나은행은 0.26%p 떨어졌다.
하지만 예금에 얼마만큼 비용(금리)을 지불했는가를 판단하는 조달비용률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농협은행의 3월 말 누적 조달비용률은 0.80%로 작년 말과 비교해 0.24%p 하락했다. 반면, 운용수익률이 비슷했던 신한·우리·하나은행은 0.28~0.29%p 하락했다.
그 결과 농협은행의 운용수익률과 조달비용률의 차이인 순이자스프레드(NIS·예대금리차)는 3월 말 기준 1.64%로 작년 말 대비 0.01%p 하락했다. 반면 경쟁 은행은 0.03~0.06% 올랐다. 농협은행은 대출채권으로 얻은 이익은 다른 은행과 비슷했지만,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들어간 이자비용은 더 많이 치룬 셈이다. 대출채권은 은행의 이자자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NIS의 하락은 보통 NIM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지자체 금고' 경쟁 격화로 수시입출식 예금 금리 상승?···농협은행 "분기 기준 NIM은 상승"
일각에서는 농협은행의 조달비용률이 적게 감소한 이유는 국고·지자체 금고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 금고시장은 농협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체 지자체 금고 942개 중 59.4%를 농협은행이 운영한다.
금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에 농협은행의 영업도 국고·지자체 금고 영업망이 기본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농협은행의 자금 조달 구조는 원화 예금 비중이 높고, 이 가운데 수시입출식 예금이 차지하는 몫이 크다. 농협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은 1분기에도 작년 말 대비 8.7% 급증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중은행은 최근 지자체 금고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적을 방어해야 하는 농협은행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수시입출식 예금 금리를 올리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 점은 조달비용 하락폭의 제한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2019년 지자체 금고 유치를 두고 벌어지는 은행 간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사업비 지출을 제한하는 등 새로운 금고 선정 평가기준을 마련한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협력사업비에 대한 배점은 줄어드는 대신, 금리 관련 항목 배점은 늘었다. 이에 작년 부산시 금고 선정 기준도 수시입출금식 예금금리는 기존 2점에서 3점으로 1점이 상향조정됐다. 지자체 금고 유치를 위해서는 저원가성 예금으로 구분되는 수시입출식 예금도 금리를 좀 더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 간 지자체 금고 유치가 치열해진 만큼 선정 기준도 더 까다로워졌다”라며 “농협은행은 유치 실적을 방어하는 입장이기에 그만큼 조달비용 등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은 지자체 금고 유치를 위해 수시입출금 금리를 올린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자료를 공개하기 어렵지만, 수시입출금 금리 인하 없이 행정 수요에 맞는 정보통신기술(IT) 발전시키는 등 서비스 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자체 금고 유치를 따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누적기준 NIM은 작년 4분기 대비 하락한 것이 맞지만 NIM수치 자체는 타행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라며 ”또 분기 기준 NIM은 직전 분기 대비 0.3%p 상승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