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대규모채용 및 JV·M&A 도전의사···삼성SDI는 양극재·음극재 JV설립
SK이노, 배터리 수직계열화 도전···“가격경쟁력 높여 시장대처하려는 움직임”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LG·삼성·SK 등 주요 배터리업체들이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 등으로 대표되는 배터리 핵심소재 역량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완제품 생산을 넘어 원료조달도 자급화해 완성차업계에 공급하는 배터리 완제품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다. 완성차업계가 배터리 내재화에 도전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LG화학은 소재사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채용을 공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을 통해 실탄을 마련했다. 앞서 삼성SDI는 한솔케미칼과 음극재를 개발에 나섰으며, 앞서 에코프로비엠과는 양극재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해 배터리 소재사업에 뛰어들었다.
LG화학 채용대상은 신입·경력 모두다. 첨단소재사업본부 출범 후 단일 채용으로는 최대규모다. 양극재·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뿐 다양한 소재 관련 직군들을 채용할 계획이지만, 단연 주목받는 것은 배터리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배터리 핵심소재 역량을 기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기에서다.
지난달 28일 LG화학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다양한 배터리 소재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현재 영위하는 양극재 외에도 다양한 소재분야로 확대할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회사 관계자는 “조인트벤처(JV)·인수합병(M&A) 등을 고려 중이다”고 언급했다. 이르면 금년 하반기에 일부는 윤곽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시사했다. 발언이 나온 직후 진행된 채용이라는 점에서 LG의 배터리사업 확장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소재사업에 가장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곳은 SK다. SK이노베이션은 SKITE 상장으로 구주매출 1조300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SKITE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사업 확장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소재사업을 확장 중이다. SK머티리얼즈는 미국 실리콘음극재 기업 ‘그룹14 테크놀로지’에 지분투자를 단행했으며, SK넥실리스는 음극재 코팅에 사용되는 전지박을 생산한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거나, JV를 설립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M&A로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 중인 완성차업계와 닮아 있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면서 노르웨이 배터리 신생업체 노스볼트에 지분투자를 단행했으며, 노스볼트와 별도로 JV를 건립해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JV를 구축했으며, 토요타는 파나소닉과 손을 잡았다.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완제품을 직접 생산하려 하고, 배터리 업체들은 납품받던 주요 소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발생하는 수익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도 내포됐지만, 핵심은 제품가격을 낮추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그룹 내 공급망을 통해 공급단가를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외부 공급사와의 가격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이유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완성차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현대모비스 등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자동차강판은 현대제철이 납품한다. 현대차와 기아 등이 생산한 완성차는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내수에 공급되고 해외로 수출된다. 그렇다고 이들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강판은 포스코로부터도 공급받고, 차 한 대에 소요되는 부품들은 다수의 협력사에 의존한다.
대외의존도를 줄여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계열사들과 외부 공급사들의 가격경쟁을 유발해 완성차 원가를 줄이는 방식이다. 자연히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완성차 업계가 배터리를 자급화하는 것도, 배터리 업체들이 소재를 내부 조달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까닭도 결과적으로 전기차의 가격을 낮춰 수익성을 키우려는 업계의 노력이라는 의미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내연차 시장에서 유지돼 온 완성차 브랜드 영향력이 여전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경쟁력 외에도 가격경쟁력도 확보해야하는 숙제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배터리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면서 “거듭되는 치킨게임을 통해 생존하는 소수의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일 수밖에 없어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